클락슨이 울린다. 그녀이리라. 그녀는 어딜가든
소란하다. 자기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고야마는 부류의 사람.. 맞네, 저기 흰색벤츠가 보인다.
나는 베란다에서 그녀를 쫓고 있다. 한큐로 매끄럽게 주차를 하고는 짐을 한아름 꺼낸다. 여행용 뤼뷔똥가방에서 꺼내는 짐들은 무슨 야영하는 사람처럼 버너에 양념통에ㅋㅋㅋ
암튼!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녀가 뚝딱뚝딱 1시간여만에 감바스도 내어 오고 떡볶이도 내어오고 스파게티도 내어오고 닭도리탕도 내어왔다.
어쩜. 하나같이 이렇게 다 맛나니. 계량도 없이
대충대충 만드는 거 같아 맛 기대는 안했는데.
요리똥손인 내가 완전좋아하는, 요리잘하는 아니 요리즐기는여자다! 눈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오는 걸
내가 생각해도 그녀만 쳐다보고 있는 내가 티날 것 같아서ㅡ게다가 우리팀엔 눈치100단인 여우가 있다ㅡ 사람들에게 들킬 새라, 게임을 해서는 사람들을 어여 빨리 취하도록 만들었다. (지들이 먹고파였겠지만ㅋ)
나는 그제 꽐라된 전력때문에 몸과 마음이 허락치 않아서 참았다. 게다가 뭘 얼마나 마실건지 자기스타일 소주 제조를 위해 작은 막걸리주전자같은 걸 챙겨와서는 소주두병에 레몬5개를 짜넣고 시작하는 그녀를 보니(어메이징~!!)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했다.
어우.
차라리 취할 걸.
취한 자들이 취중진담인지 어쩐지 그녀에게 은근슬쩍 대시하는 게 보인다. 팀여우인 새침때기 여자도 회사멘토-멘티제도에서 자신의 멘토를 해달라고(멘토삼고 싶은 그녀라고 내가 소개해줬는데에에!) 조르고 있다. 더 짜증나는 건 그것들을 매우 즐기고 있는 그녀.
에잇, 속아픈 게 낫지. 이건 뭐,
잊고살았던 내질투심이 심장에서 분출 되는 게 느껴진다. 심장에 불이 붙는다. 내몸에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는다. 내앞에 앉아 있는 그녀가 술마시다 말고 동그레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상상은 하지말고ㅡ 그녀를 챙기자!
싶었지만, 사실 나도 그럴 기분은 아니다. 화나고 서운하고 밉고, 괴롭다아 ㅠ ㅠ
베란다로 빠져나와 바람을 쐰다.
아, 이 상태가 이렇게 노골적이게 드러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너 왜이러니.. 맘을 잘 다스리자, 응응?! 그러고 있는데
“너 왜 여기 혼자 이러고 있니?” 한다. 내가 좋아하는 톤의 그녀목소리.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린다(아 제발 안빨개져야할텐데ㅠ )
“그냥요. 좀..”
“아직도 속이 안좋아?”
“그건 아닌데, 왠지 오늘까지 마시면 안될것 같아서..”
“… 밖에 나갈래? 저 계곡 물흐르는 소리, 가까이서 들으면 훨씬 좋은데. 공기도 그렇고. 나가자! 너 얼른 따라와!~~”
“네?! 아니 밖에는 지금 엄청 추울텐…데…….”
점점 기어들어가는 내말은, 벌써 나가서는 현관문까지 열어제친 그녀의 꽁무니 50미터도 못따라가고, 닫히는 문앞에서 흩어져버렸다.
오라면 가야지, 아 이렇게 둘이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하지않을까? 가야하나, 가도될까, 아아, 어쩌지. 옷은 주섬주섬 챙겨입으면서도 오만가지 생각. 그치만 제일은 그녀가 기다린다! 걍 나가버린 그녀가 추울테다!
그녀의 패딩을 찾아서 가지고 밖을 나왔다.
“어서와~ 빨리와~” 하는 그녀목소리를 좇아서
계곡 흐르는 물소리따라서, 조금 내려가니
가로등불빛이 미치지않아 어둑어둑한 계곡.
반반한 바위위에 자리잡고 있는 그녀. 맥주 2캔을 안고서. “나 안추워 너입어 너 바닥에 깔어”하고 건넨 자기패딩을 다시 내게 주는데 큰일이다 싶었다. 취해서 이 추위가 안느껴지구나 이사람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억지로 입히고 옆에 앉아 캔을 딴다.
“바보들, 여기가 진짜 좋은데. 나오지도 않고”
“카메라줘봐, 너는 폰챙겨왔지? 이거 남겨야지”
“아니 캄캄해서 안나올텐데 뭘 남기려구요…”
내말은 듣지도 않는다. 내게 받은 핸드폰으로
저 좀 떨어진 가로등불빛이랑 각을 맞추느라 열심이다.
밤이되면 계곡근처에 먹이구하러 멧돼지가 내려울수 있댔는데.. 나는 좀전에 마주친, 순찰돌던 관리직원 아저씨 말을 곱씹고 있었다. 멧돼지가 설마 올까?…있을까?…..
“이거봐봐, 어떠니.”
용케 실루엣 보이게 찍었구나.
“이쁘네요. 나름 빛 각도 맞춰서 잘찍으셨네요~”
“그치”
내 핸드폰을 다시 건네주며 다가와 귓속말로
“잘 간직해,” ㅡ한다.
…응? 이따보내줘, 가 아니라, 잘..간…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