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남동생이 결혼을 했다. 우리 부모님에게도 며느리가 생겼다. 법적으로 가족의 일원이 된 동생의 아내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현재 아무리 노력해도 내 파트너가 누릴 수 없는 많은 지위를 그녀가 쉽사리 얻는 것 같아서 질투도 났었다.
(이런 내 심경을 내 파트너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지위라기 보다는 많은 의무를 상징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라는 건가.. 내가 맞게 이해한거? 아니아니.. 그냥 관심이 없었다고 했던가…ㅡ_ㅡ)
어쨌든 명절이 되면 동생네 부부가 부모님네 오고, 그 식사에 나 혼자 참석하는 것이 나는 참 싫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고, 아빠만 없는 가족 모임 자리에는 나와 내 파트너가 함께 참석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관계까지 발전했다. 뭐.. 아빠는 사실 내가 너무 늦게 커밍아웃 하는 바람에 아직도 부정 중이시니… ㅡ_ㅡ(남자를 만나지 못해서 저 아이가 저러는것이야… 그러는 중)
성소수자들에게 설 명절은 그저 맘 편한 휴일만은 아닐 것 같다. 근데 내 과거를 돌이켜 보면, 커밍아웃 안하고 이성애자인데 남자를 못만나는 척.. 결혼은 미친짓이라는 둥… 이런 말을 할 때가 맘은 편했던 것 같다. 원래 가면쓰고 있으면.. 그 밑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던지 나만 아니까.
이쪽 커뮤니티에 명절에 다들 뭐하고 있냐는 내 글에. 많은 사람들이 그냥 각자 자신의 집에서 보내고. 커밍아웃은 엄두도 못낸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내 친구들도 그냥 각자의 집에서 침묵의 명절을 지내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대만에서 2017년에 제작된 포스터>
명절에 가부장중심제에서의 개선을 위하여 용어 변경 권고안이 몇일전에 발표 된 적이 있다. 시댁/처댁 아니면 시가/처가, 장인/장모, 시어머니/시아버지를 그냥 어머니 아버지로 부르고, 처제/처남, 아가씨/도련님을 그냥 처제님, 처남님, 언니, 동생 등으로 변경하여 부르자는 권고안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의식이 바뀌고, 그 의식을 담아내는 용어가 바뀌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정말 바뀌어 가고 있다. 가능하면 더 빨리 바뀌어서, 나와 내 파트너를 둘러 싸고 있는 이 씨족 가족들이(^-^) 서로 조금 더 편해지길 바란다.
젊은 성소수자들의 추석: 귀향이 두려운 이유
BBC 뉴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