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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엔터 성소수자

산다는 의미, 따뜻한 죽음, 췌장

#아무말대잔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를 보고

 

너에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야?

남자애가 묻는다.

남은 수명을 선고받은 여자애가 대답한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해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되고 싫어하게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서로 껴안고, 스쳐 엇갈리고 그런 거.

혼자있으면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없어

그런거야.  좋아하면서도 밉고

즐거우면서도 우울하고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들과 타인과의 관계들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아.


 

오키나와 여행에서 그녀와 보려고 담아갔던

영화였는데.  끝까지 보아내는 건

봄날같은 주말, 나혼자다.

시한부선고를 받은 청춘영화라, 뻔하겠구나

싶어서 게다가 표현이 너무 거칠어서 안보려 했는데. 췌장이 안 좋은 그녀가 더군다나 일본영화를 좋아해서 선택했던 .

반전이 있다. 더 펑펑울었던 이유.

낯간지럽게도 일본 드라마는 이런 표현을 잘도 한다.(보고나니 내가 좋아하는 장르네.)

누군가가 췌장을 먹으면 그 사람 안에서 영혼이 계속살 수 있다고, 전설같이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표현인듯하다. 영화를 보면 사실 더 짠한 고백의 표현이라는 걸 알테지만 볼사람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언급.

예전에 오래된 일드 뷰티풀라이프던가? 거기서도 그랬다. 누군가를 마음 속에 담아 그사람을 기억하는 한, 그사람은 영원히 함께 살아 있는 거라고.. 일본의 정서는 그런 것 같다. 그런점이 내가 일본 드라마나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소설 <애도하는 사람>도 참고.)

2005년 2월 22일은 내가 이쪽에 와서 첫 고백을 한 날이었고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날이라 더 잊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날 내또래 여배우 이은주가 죽었다. 내 20대를 다바쳐 고백했던 그녀는 더이상 떠올리지 않아도 이은주는 기일에 맞춰 이렇게도 안까먹고 그녀를 기억하는 걸 보면 그녀는 죽은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팬도 아니었고 아무상관도 없는 내가 하물며 이럴진대, 아, 내가 죽어서도 누군가 이렇게 내 기일을 잊지않고 떠올려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뭔가 죽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달까.

 

내가 학창시절 좋아했던, 동경했었던 국어선생님은

서른아홉에 다섯살난 딸을 남겨두고

천직이라던 그 업도 내려놓고

죽었다.

췌장암. 그때 처음 들었던 췌장. 이름부터가 단념케하는 어감. 췌- 장이라니.

췌장은 소화와 에너지 생산을 조절하는, 그래서 췌장이 없으면 사람은 에너지를 얻지 못해 죽는다 한다.(영화에서)

그 췌장, 왜하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기가 약한가. (술담배를 끊으라고요오오~~~ㅠ ㅠ)

그녀도 종양이 있어 매년 검진을 받는다 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입이 절로 돼서,

더 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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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면서도 밉고 서운하고

즐거우면서도 우울하고 화가나고

이번주말 내내 복잡다양한 마음이라 동굴을 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정리가 된다.

아, 내가 살아있는 거구나,

이 복잡하고 속시끄러운 마음 갖게 해준 자들이

모두 꼴보기 싫었는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감사한 존재들이구나,  깨닫는다.

많은 걸 바라지말자.  어쨌거나 죽지 않고 살아

이렇게 곁에서 내 일상을 만들어주는 그사람이

보물이니까.

아프지말자. 안아팠으면 좋겠다.

살아주자.

 

펫숍디디의 아바타

펫숍디디 제작

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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