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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성소수자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ㅇ오늘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일한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내 옆에 앉은 과장이 갑자기 킥킥거리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뭐야.  얼마나 급하게 자료를 제출했으면 자기네 기업명도 제대로 못써서냈네. ‘XXX 게이’가 뭐야...ㅋㅋㅋ“(부서원 중 몇명은 웃음…) 아마도. ‘XXX 데이’라는 회사인데 오타를 냈나부다.

괜히 나는 불편해진다. 우리 부서원 중에 내가 성소수자라는 걸 아는 친한 동료가 있는데. 내가 불편한 건  둘째치고, 그 동료가 나 때문에 마음껏 ‘XXX 게이’ 라는 그 회사의 오타를 함께 웃을 수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그 오타가 뭐가 웃겨요! 내가 게이인데,,, 내 정체성이 웃겨요?” 라고 큰소리 치고 좌중을 썰렁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상상을 했다.

그냥 상상만 했다.

ㅇ 몇 달 전에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이 역시 보수적인 우리 조직에서 일어난 일이다. 부서원이 모여서 간식을 먹는 시간 중에 나온 이야긴데.  미국 지사에서 들어온 차장이 갑자기 피자를 먹다가 말한다.  “내가 미국 지사에서 일할 때, 우리팀 매니저가 한국 도미노 피자 광고를 보고 2명의 게이가 나오는 광고라고 하더라. 걔들 눈에는 송중기랑 박보검이 그런 사이로 보였나봐.” 뭔가 박보검이 끼를 부리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부서원들은 웃었다. 나만 얼굴이 벌게졌다.

난 왜 그랬을까? 왜 얼굴이 벌게지고… 고개를 들지 못했을까. 속상했다. (물론 부서원 중 한명이 내 정체성을 알고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일반인인척 하지도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더 그런것도 있지만.)

일상 중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렇게 성소수자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정색하고 그건 차별적인 발언입니다.  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언젠가는 정말 말하고 싶다. 성소수자를그렇게  웃음거리로 삼지 말아 달라고.

ㅇ 그러면서, 우리는 진보한다.

소수자 배제 인식 연도별 추이

최근에 나온 뉴스였다. 한국인들 중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론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고 한다. 시골보다는 도시가, 저학력자보다는 고학력자들이,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서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인식이 컸다고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8년 9~10월 국내 만 19~69세 성인 8000명을 조사해 17일 공개한 ‘2018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선 한국인들의 소수자 포용 경향이 전반적으로 강해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원문보기

ㅇ 마지막 에피소드.

지난 주말에 남동생 부부네 신혼집에 초청을 받아 나와 내 파트너가 함께 갔더랬다. 남동생 와이프는 정말로… 우리 커플을 너무 스스럼없이 대했다. 사실…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남동생 와이프에게 물었다. “주변 지인 중에 성소수자가 한 명도 없어?”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네. 한명도 없어요”.

그런데 말이다. 

정말 한 명도 없을까! 

ㅋㅋㅋ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아아~ 말 조심해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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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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