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뜬금없지만 오늘은 골수기증 (=조혈모세포 기증과 같은 말이다) 에 대해 안내하고자 한다.
파트너가 아파서 병원에 가끔 가는데 병원이 늘 다 아파보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밟히는 존재랄까… 바로 모자랑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소아암병동 아이들이다.
소아암 중에서는 백혈병이 가장 비중이 크다. 그리고 백혈병은 골수를 기증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수술을 하는 병은 아니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이렇게 고치기 쉬운(?) 암도 없을거다.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 몸에서 피(백혈구) 가 만들어 지는 부위가 골수이다. 그 피가 잘못 만들어져서 전신에 뿌려지는 것이 백혈병…따라서 백혈병 치료의 근간은 고장난 골수를 긁어내고 좋은 피를 잘 만들어내는 새 골수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골수이식이고 당연히 환자의 몸에 잘 맞는 골수를 심어줘야 한다.
이 ‘잘 맞는’ 골수를 찾을 때, 언뜻 부모 자식간의 일치율이 높을 것도 같지만 부모는 나에게 1/2 의 dna 만을 준 사람이다. 그보다는 나처럼 애시당초 반반씩 dna 가 섞여 있는 상태인 내 형제자매가 더 일치율이 높다. 하지만 그래봤자 25% 이고 요즘 한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맞는 골수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해낸 것이 골수 은행이다. 엄청 많은 인간들의 골수 데이터를 취합해서 맞는것을 찾아서 쓰자! 그래서 그 엄청 많은 데이터의 일부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골수 기증이다. 즉 저 골수기증 할게요 한다고 바로 내 골수를 뽑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_- 나 자신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것일 뿐….
이제 경험담 본론.

일요일이라 온김에 명동성당에서 미사도 보았는데 부활절이라 사람이 장난 아니게 많았다… 본당은 20분 전에 미리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파트너는 이전부터 천주교 재단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에 기부를 하고 있었다. 이름이 이상해서 뭐하는 곳인가..? 궁금했었는데 어느날 지하철 광고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한 안내를 보고 드뎌 오게 되었다.
근데 이날 오길 참 잘한게 골수기증 신청은 만 40세까지만 받는단다. 어차피 기증대상이 나타나도 55세까지만 연락이 가기 때문에… 물론 그래도 본인이 꼭 기증을 원할 경우 어쩔진 모르겠다. 안받지는 않지 않을까?
하여간 그래서 종이 한장 정도 작성하고 사인하고.. 병원에서 건강검진 하듯이 피를 3 cc 정도 채취해 간다.

엄밀히 말해서 기증이 아니라 ‘기증 신청’ 은 이렇게 마쳤고… 담당자가 설명해 주시길 한 100 만명 정도 모이면 웬만해선 맞는 골수를 찾을 수 있을 테지만 현재는 약 30 만명 정도가 데이터에 등록된 상태고… 막상 맞는 골수가 나와도 여러 사정상 기증을 거부하는 경우도 흔치않게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진짜 기증을 위해 3일 정도 입원하게 되면 법적으로 다 유급휴가 주기로 되어있다고 강조 ㅎㅎ)
파트너는 등록 하자마자 맞는거 나오면 어쩌지!! 하면서 긴장했는데 사실 그럼 다행이고….10년동안 한번은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연락이 안올수도 있다) 참고로 기증 자체도 옛날처럼 무식하게 골반뚫고 그런게 아니라 수혈하듯이 말초혈액을 빼갈 뿐이다.
향후에 진짜 기증을 하게 되면 조금 더 자세히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일단 이 경험담을 통해 하고싶은 말은, 골수 기증 등록은 정말 너무너무나 쉬우며, 기증을 할지 안할지는 그때가서 결정해도 된다. 다만 누군가의 절실한 필요에 내가 도움을 줄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기라도 올려 보는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죽으면 한줌 회색가루밖에 안되는 몸… 마땅히 장기기증 신청도 해야 하건만 그건 좀 무서우니까 다음에 하게 되면 올리겠음.
# 파트너의 회사에는 11살때 골수 기증을 받고 백혈병을 완치한 분이 있다고 한다.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http://obos.or.kr/html/dh/busi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