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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10>

“언니랑 평생 같이 살래?”

한참 내 얘기를 듣고 난 그녀가 잠자코 생각하더니 내뱉은 첫마디는 그랬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 그치만 혼자 사는 건

외로울 것 같아서 하우스메이트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끔 여행도 가고 그럴 수 있는 여행파트너도 가능하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 나는 니가 좋아. 너가 하우스메이트고 여행메이트고 그러면 좋겠다.. 요즘 나 그런 생각도 했어. 상상만 해도 즐거웠어. 아마 좋아함의 크기로 치자면 너보다 내가 더 너를 좋아할지도 몰라. 그치만. 그치만. 우리는 방향이 다른 거 같애. 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애. 나도 사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나? 생각한 적 있어. 그래서 옛날부터 나를 잘 아는 내 친한 동생한테도 진지하게 물어봤는데 내가 남자한테 너무 질려가지구 잠깐 그러는거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음.. 나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한번 지켜보려고-  근데 막 키스하고 자고 싶고 그런 마음은 아니야, 정말 친한 동생으로 너가 좋은 것 뿐이야.

-나는 그 마음 아닌데. 다른사람이랑 있으면 질투가 나서 천국과 지옥을 헤매요

근데 언니는 아니라면, 이제 안좋아해야겠네~

-그게 뭐야, 내맘은 변함없는데 너 그렇게 멀어지면 나는 어쩌라고. 내가 상처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해봤니? 니가 소원해지면 나는 서운할 것 같애. 넌 너무 이기적이야-

-미안해요. ..

 

 

우정인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고백을 하게 돼서 미안해해야하나.

내가 남자였다면.. 달랐을까.

왜 내 좋아하는 마음은 미안한 일이 되어하는 건가.

어쨌든 이런 대화를 하고 나서

체해버린 그녀를 보니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한없이 슬퍼졌다. 내 한숨에 내가 딛고 있는 땅이 한뼘씩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땅으로 꺼져서 숨고만 싶구나. 하아……

 

그녀는 다음날 나오지 않았다.

출장을 갔다고 했다.  매일아침 그녀의 빈자리를 보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그녀가 나올즈음엔

나도 이런저런 이유로 적절히 월차를 이용하며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다녔다. 연휴때 함께 가기로 했던 일본여행도 취소해버렸다. 그럭저럭 한달이 지나갈 무렵 회사에서 전체 워크숍으로 섬에 간다고 한다. 예외없이 무조건! 하시는 본부장님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워크숍날. 하늘도 푸르고 바람도 부드럽고 시원하게 불던, 그 생생한 기억. 다같이 모이기로 한 선착장에서 그녀가 걸어오는 걸 보니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는 게 아닌가. 응?! 설마.

무심한듯 물한모금 마시려고 생수뚜껑을 트는데 손이 떨리는 걸 보고 나도 깨달았다. 이런! 맙소사! 너 못잊었구나. 한달 안보고 사는동안 이제/ 안보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헉. 내심장이 더 빨리 뛴 것은 수척하고도 예뻐진 그녀ㅡ의 왼손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은색반지를 발견하고부터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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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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