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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10>

“언니랑 평생 같이 살래?”

한참 내 얘기를 듣고 난 그녀가 잠자코 생각하더니 내뱉은 첫마디는 그랬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 그치만 혼자 사는 건

외로울 것 같아서 하우스메이트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끔 여행도 가고 그럴 수 있는 여행파트너도 가능하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 나는 니가 좋아. 너가 하우스메이트고 여행메이트고 그러면 좋겠다.. 요즘 나 그런 생각도 했어. 상상만 해도 즐거웠어. 아마 좋아함의 크기로 치자면 너보다 내가 더 너를 좋아할지도 몰라. 그치만. 그치만. 우리는 방향이 다른 거 같애. 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애. 나도 사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나? 생각한 적 있어. 그래서 옛날부터 나를 잘 아는 내 친한 동생한테도 진지하게 물어봤는데 내가 남자한테 너무 질려가지구 잠깐 그러는거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음.. 나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한번 지켜보려고-  근데 막 키스하고 자고 싶고 그런 마음은 아니야, 정말 친한 동생으로 너가 좋은 것 뿐이야.

-나는 그 마음 아닌데. 다른사람이랑 있으면 질투가 나서 천국과 지옥을 헤매요

근데 언니는 아니라면, 이제 안좋아해야겠네~

-그게 뭐야, 내맘은 변함없는데 너 그렇게 멀어지면 나는 어쩌라고. 내가 상처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해봤니? 니가 소원해지면 나는 서운할 것 같애. 넌 너무 이기적이야-

-미안해요. ..

 

 

우정인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고백을 하게 돼서 미안해해야하나.

내가 남자였다면.. 달랐을까.

왜 내 좋아하는 마음은 미안한 일이 되어하는 건가.

어쨌든 이런 대화를 하고 나서

체해버린 그녀를 보니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한없이 슬퍼졌다. 내 한숨에 내가 딛고 있는 땅이 한뼘씩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땅으로 꺼져서 숨고만 싶구나. 하아……

 

그녀는 다음날 나오지 않았다.

출장을 갔다고 했다.  매일아침 그녀의 빈자리를 보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그녀가 나올즈음엔

나도 이런저런 이유로 적절히 월차를 이용하며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다녔다. 연휴때 함께 가기로 했던 일본여행도 취소해버렸다. 그럭저럭 한달이 지나갈 무렵 회사에서 전체 워크숍으로 섬에 간다고 한다. 예외없이 무조건! 하시는 본부장님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워크숍날. 하늘도 푸르고 바람도 부드럽고 시원하게 불던, 그 생생한 기억. 다같이 모이기로 한 선착장에서 그녀가 걸어오는 걸 보니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는 게 아닌가. 응?! 설마.

무심한듯 물한모금 마시려고 생수뚜껑을 트는데 손이 떨리는 걸 보고 나도 깨달았다. 이런! 맙소사! 너 못잊었구나. 한달 안보고 사는동안 이제/ 안보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헉. 내심장이 더 빨리 뛴 것은 수척하고도 예뻐진 그녀ㅡ의 왼손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은색반지를 발견하고부터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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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9>

어느새 꽃피는 봄이 왔구나.

몇 주 전, 삼천포라는 조그마한 시골 해안도시에 사는, 친구 집들이 겸 기분전환 겸 갔다가 벚꽃보러 온, 넘쳐나는 연인들과 가족들 틈에서, 한없이 외로워져 왔다. 그녀도 어디선가 이렇게 사랑하는 연인과 즐거워하며 환하게 웃고 있을 생각을 하니, 이 광활한 우주속에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날 그렇게 미워하니, 얼른 돌아와

언닌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자리 그대로 있어~~”

받지않는 전화, 읽고씹어버리는 톡, 톡이 안되니까  문자로 남겨놓는 메시지,

그녀는. 필사적으로 굴었다.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역시 면책사유는 잘 만들어 놓으시는군요..

씁쓸해졌다. 내가 힘들어 손을 뻗었을 땐 외면해놓구선. 윗사람이 챙기라고 시키니까 이러는 거에요, 그냥 차갑게 구는 게 더 나았는데. 실망입니다.

휴우.

우리는 그냥, 어느정도 불편함 가진 동료로 남았어야 했는데. 어디서 멈춰야 했을까..

성탄절을 앞두고 고해성사를 할 때에 칸막이 넘어 신부님이 나를 알아보실텐데도 나는 감히 고백했다.

“감사하게도, 지금껏 기다렸던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해주셔서, 이 은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그사람과 노느라 자주 미사도 빠지고 일도 소홀히하고 의무도 게을리한 것 용서해주세요-”

그랬다. 워크숍을 다녀온 뒤 어느 주말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고, 넘쳐나는 감상을 그녀에게 건넸다가, 마침 브런치를 먹을 참인데 함께 와서 먹자는 그녀의 제안을 시작으로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더랬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점심과 저녁을 함께먹고, 한창 레몬소주와 깔라만시에 빠져있던 그녀에 맞춰서 1주일에 3~4일은 술을 마셨던 거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집에서 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애정문제로 힘들었던 것 같다. 항상 술을 필요로 했고, 마침 비슷하게 마시고 웃고 떠들고 취하는, 내가 딱 좋은 술친구였으리라. 지금생각해보면. 그녀는 전형적인 일반녀인데.. 방탕해진 나를 염려해 충고해주던 동료와 가족들,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와 어울렸다. 술취해서 늘어놓는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은 남자를 혐오한다 했었고, 술취해서 나에게 해대는 뽀뽀나 스킨십은 내가 오해하기 딱 좋았다. 일반녀들도 곧잘 그런다고, 백퍼 스트레잇이니 넘어가지말라고, 만류하던 이쪽지인들도, 그녀의 언행들, 나와 맞닥뜨려진 상황들이, 혹시나 어쩜, 고백해보라고 할정도였으니까. 내맘, 같은 줄 알았다.

크리스마스이브, 함께 파티해요-

성탄미사, 업무상 저녁약속도 다 깨고 그녀에게 제안을 했었는데 거절하지 않고 기쁘게 그날을 기다리는 그녀였다.

그녀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이브. 백화점에 가 쇼핑을 하며 서로에게 선물을 사주고, 영화를 보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장을 보고, 그날은 여느 연인같은 데이트를 했던 거 같다. 그날 먹은 와인, 샴페인, 소주,,, 자신에게 참 특별한 샴페인, 소중한 사람이랑 먹으려고 아껴뒀던 거, 이제 따노라고, 그녀말에 한껏 기운을 얻어, 나는, 그날밤  내 일생에 처음, 내 성정체성을 고백하며, 여차하면 직장을 포기한다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해 전했다. 내가 좋아했던 여자들, 사귀었던 남자들, 행복하지 않았던 시간들, 말하면서도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생 벽장일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가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내 얘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 그사람이라는 것도, 모두가 가슴이 벅차면서도 두려웠다. 그녀는 잠자코 모든 걸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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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엔터 성소수자

산다는 의미, 따뜻한 죽음, 췌장

#아무말대잔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를 보고

 

너에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야?

남자애가 묻는다.

남은 수명을 선고받은 여자애가 대답한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해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되고 싫어하게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서로 껴안고, 스쳐 엇갈리고 그런 거.

혼자있으면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없어

그런거야.  좋아하면서도 밉고

즐거우면서도 우울하고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들과 타인과의 관계들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아.


 

오키나와 여행에서 그녀와 보려고 담아갔던

영화였는데.  끝까지 보아내는 건

봄날같은 주말, 나혼자다.

시한부선고를 받은 청춘영화라, 뻔하겠구나

싶어서 게다가 표현이 너무 거칠어서 안보려 했는데. 췌장이 안 좋은 그녀가 더군다나 일본영화를 좋아해서 선택했던 .

반전이 있다. 더 펑펑울었던 이유.

낯간지럽게도 일본 드라마는 이런 표현을 잘도 한다.(보고나니 내가 좋아하는 장르네.)

누군가가 췌장을 먹으면 그 사람 안에서 영혼이 계속살 수 있다고, 전설같이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표현인듯하다. 영화를 보면 사실 더 짠한 고백의 표현이라는 걸 알테지만 볼사람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언급.

예전에 오래된 일드 뷰티풀라이프던가? 거기서도 그랬다. 누군가를 마음 속에 담아 그사람을 기억하는 한, 그사람은 영원히 함께 살아 있는 거라고.. 일본의 정서는 그런 것 같다. 그런점이 내가 일본 드라마나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소설 <애도하는 사람>도 참고.)

2005년 2월 22일은 내가 이쪽에 와서 첫 고백을 한 날이었고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날이라 더 잊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날 내또래 여배우 이은주가 죽었다. 내 20대를 다바쳐 고백했던 그녀는 더이상 떠올리지 않아도 이은주는 기일에 맞춰 이렇게도 안까먹고 그녀를 기억하는 걸 보면 그녀는 죽은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팬도 아니었고 아무상관도 없는 내가 하물며 이럴진대, 아, 내가 죽어서도 누군가 이렇게 내 기일을 잊지않고 떠올려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뭔가 죽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달까.

 

내가 학창시절 좋아했던, 동경했었던 국어선생님은

서른아홉에 다섯살난 딸을 남겨두고

천직이라던 그 업도 내려놓고

죽었다.

췌장암. 그때 처음 들었던 췌장. 이름부터가 단념케하는 어감. 췌- 장이라니.

췌장은 소화와 에너지 생산을 조절하는, 그래서 췌장이 없으면 사람은 에너지를 얻지 못해 죽는다 한다.(영화에서)

그 췌장, 왜하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기가 약한가. (술담배를 끊으라고요오오~~~ㅠ ㅠ)

그녀도 종양이 있어 매년 검진을 받는다 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입이 절로 돼서,

더 울었던 것 같다.

————————————————

좋아하면서도 밉고 서운하고

즐거우면서도 우울하고 화가나고

이번주말 내내 복잡다양한 마음이라 동굴을 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정리가 된다.

아, 내가 살아있는 거구나,

이 복잡하고 속시끄러운 마음 갖게 해준 자들이

모두 꼴보기 싫었는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감사한 존재들이구나,  깨닫는다.

많은 걸 바라지말자.  어쨌거나 죽지 않고 살아

이렇게 곁에서 내 일상을 만들어주는 그사람이

보물이니까.

아프지말자. 안아팠으면 좋겠다.

살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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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8>

제법 지대가 높은 산이라 한밤이 되니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술에 취해 기분이 업되었던 그녀는 다시 차분해져 있었다.

둘만 있는 게 두번째던가? 어색함 반 설렘반 나는 그녀에게 궁극적으로 하고싶은 건 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런 걸 물어보았다.

SNS를 통해서 보면 해외봉사도 가고, 국내 보육원 같은 데에도 가서 맛난 음식만드는 재능봉사도 하고, 그런 걸 봐온 터라 그녀가 추구하려는 계획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역시나 내가 보는 사람이 맞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두런두런 얘기를 하면서 신이 났는지, 다시금 기분 업된 듯한 그녀가 불현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이 쏟아질 것 같다고 했다. “봐, 너도 고갤 들어 하늘봐봐~”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톤- 에 이끌려 자동적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내눈에 보일리가.

“말했잖아요, 제 눈은 별을 못봐요. 하나도 안보여요.” …….”좋겠다, 분명 이런 데에선 엄청 많을텐데..”

내말에, 그녀는 잠시 멈칫 하는듯, 하다가

“아냐, 저기 옆에 건물 불빛땜에 그럴거야

더 깜깜한 곳으로가면 보여, 가자!”

하며 내손을 잡고 이끈다. 끌려가다시피하는데 앞이 안보이는 나는 어디 돌부렁에 걸려서 또 무릎 다리가 만신창이가 될까봐 나도모르게 몸을 내빼고 있었다. 그런 나를 느꼈는지, “걱졍마. 내 손 꼭잡아, 나믿고 따라와봐.”한다.

그래, 설마 나 넘어지게 냅두겠어, 싶어서

그녀가 잡은 손을 더 꼭 잡으니 인적없는 내리막길로 막 뛰기에 함께 뛰었다. 둘다 쓰레빠 끌고 나와서 참 잘도 뛴다.ㅋ 별안간 멈춰 선 곳은 숙소불빛이 희미해진 곳이었는데 가로등 불빛이 어스름하게 비치는 곳이었다.

나보다 한뼘쯤 더 큰그녀가 내뒤에 서서는 양손으로 내볼을 잡고 내 머리를 젖히더니 하늘향해 고정시켜놓았다. 그러고는 백허그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오른손으로 내 쇄골뼈아래 왼쪽 가슴을 두드리며 “봐봐 저기, 저기, 이제보이지??백개는 보이지?” 하는데, 사실 별따위는 한두개가 보일까말까, 별이 문제가 아니라, 내 엉덩이에 느껴지는 그녀의 아랫배감촉과 나를 안고 있는 그녀의 무장해제상황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같이 쿵쾅거렸다. 아, 이렇게 바짝붙어 있는데이 소리를 그녀가 알아차리기 전에 뭐든 해야한다!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니 백개는 아니구, 한 열개쯤은 보여요.

우와, 진짜, 아까보다 훨씬 더 잘보이네요.”

밤눈을 잃은 내가 애처로웠던지 어떻게든  별을 보게 해주려고 애쓰는 그녀가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하고, 해서 안보이는 별이 보인다고 했다.

“아, 저 가로등 때문인가보다. 더컴컴한 곳으로 가보자. 그럼 완전 더 잘보일거야~”

아으. 나는 그곳에 그렇게 좀더 있고 싶었지만

그녀는 다시 냅다 뛴다. 이번엔 위로 뛴다.

양말에 신은 삼디다스 쓰레빠가 계속 벗겨지려했지만 아까 우리가 앉았던 계곡옆자리 부근도 지나고 한 200미터쯤 더 위, 포장도로가 끝날것같은 끝길, 가로등도 없고 정말 컴컴한 거기까지 뛰어오르다 갑자기 멈춰선 것은 요상한 소리때문이었다. “크~ㅎ~ㅇ, 크~ㅎ~ㅇ”

뭔가, 짐승숨소리같기도 하고, 바위틈에 부딪히는 억센 계곡물소리 같기도 한, 그것이 뭔지 일단 위험성여부를 파악해야했으니까. 3분같은 10초가 지났다. 한 3번째쯤 소리를 들었던가? 그녀가 나지막히 말했다. “멧돼지다, 멧돼지, ” 그치? 짐승소리 맞지 저거?!”  소리가 나고부터 그녀가 멈췄으니 그녀가 나보다 더 뒤(아래)에 있고 내가 앞(위)에 있는 상황이다. 내손을 더 꽉잡는 그녀손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산을 타는 그녀다. 아마 나보다 더 잘알겠지 이런 산속은. 멧돼지를 만나봤을지도. 하고 생각하는데, 또 속삭이는 그녀. “쟤는 어미같애. 아마새끼들 먹이 찾으러 먼저 나왔을거야, 우리치고 쓰러뜨리면 돌아가서 동료들 데리고 좀이따올거야.”

응? 내머릿속에는 만화 아기돼지삼형제가 떠올랐다.

“뒤돌지말고 이대로 천천히 뒤로 걸어, 천천히 도망가야돼. 알았지?!”

그녀가 긴장하는 모습을 처음본다. 멧돼지라니! 뭔가 시트콤같은 이 상황이 장난같았지만 그녀가 하래니 시키는 대로 한다. 뒤로 한발짝한발짝, 한 열걸음은 그렇게 조심히 움직이고는 소리가 좀 멀어진듯한 시점에서 뒤돌아서 냅따 뛰어내려가는 그녀 손에 이끌려 또 뛰었다.

“하,후~~하,후~~, 무서웠지? 저거 진짜 멧돼지야. 우리 죽을뻔했어. 나 산에갔다가 멧돼지한테 다친사람도 봤었거든, 쟤네 진짜 무서워!”

하는데. 나는 그제서야 공포가 다가왔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렇게 둘만 공유하는 잊을수 없는 기억을 갖게 된 게 기분좋았다.

멧돼지보고 쫄은 모습 비밀로 해달라고 하구선,숙소로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멧돼지랑 마주쳤다고, 호들갑떨며 너스레떠는 모습을 보니 귀여웠다.

방에 들어와 좀전까지 일들을 떠올려보니 다시 심장이 과도하게 쿵쾅대는 것 같다.

참, 사진은 뭐 어떻게 찍었던 걸까, 꺼내보니 뒷가로등불빛에 실루엣만을 담아 셀카를 찍었는데 자세히 보니 내옆모습도 담았고, 응?! 오른손으론 작은하트표시를 하고 있잖아!!!!?! 응? 이건 무슨의미지??!!  쿵쾅쿵쾅쿵쾅~~ 심장이 10배는 더 뛰는 것 같다.  뭐지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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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7>

 

클락슨이 울린다. 그녀이리라. 그녀는 어딜가든

소란하다. 자기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고야마는 부류의 사람..  맞네, 저기 흰색벤츠가 보인다.

나는 베란다에서 그녀를 쫓고 있다. 한큐로 매끄럽게 주차를 하고는 짐을 한아름 꺼낸다. 여행용 뤼뷔똥가방에서 꺼내는 짐들은 무슨 야영하는 사람처럼 버너에 양념통에ㅋㅋㅋ

암튼!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녀가 뚝딱뚝딱 1시간여만에  감바스도 내어 오고 떡볶이도 내어오고 스파게티도 내어오고 닭도리탕도 내어왔다.

어쩜. 하나같이 이렇게 다 맛나니. 계량도 없이

대충대충 만드는 거 같아 맛 기대는 안했는데.

요리똥손인 내가 완전좋아하는, 요리잘하는 아니 요리즐기는여자다! 눈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오는 걸

내가 생각해도  그녀만 쳐다보고 있는 내가 티날 것 같아서ㅡ게다가 우리팀엔 눈치100단인 여우가 있다ㅡ 사람들에게 들킬 새라, 게임을  해서는 사람들을 어여 빨리 취하도록 만들었다. (지들이 먹고파였겠지만ㅋ)

나는 그제 꽐라된 전력때문에 몸과 마음이 허락치 않아서 참았다. 게다가 뭘 얼마나 마실건지 자기스타일 소주 제조를 위해 작은 막걸리주전자같은 걸 챙겨와서는 소주두병에 레몬5개를 짜넣고 시작하는 그녀를 보니(어메이징~!!)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했다.

어우.

차라리 취할 걸.

취한 자들이 취중진담인지 어쩐지 그녀에게 은근슬쩍 대시하는 게 보인다. 팀여우인 새침때기 여자도 회사멘토-멘티제도에서 자신의 멘토를 해달라고(멘토삼고 싶은 그녀라고 내가 소개해줬는데에에!) 조르고 있다. 더 짜증나는 건 그것들을 매우 즐기고 있는 그녀.

에잇, 속아픈 게 낫지. 이건 뭐,

잊고살았던 내질투심이 심장에서 분출 되는 게 느껴진다. 심장에 불이 붙는다. 내몸에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는다. 내앞에 앉아 있는 그녀가 술마시다 말고 동그레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상상은 하지말고ㅡ 그녀를 챙기자!

싶었지만, 사실 나도 그럴 기분은 아니다. 화나고 서운하고 밉고, 괴롭다아 ㅠ  ㅠ

베란다로 빠져나와 바람을 쐰다.

아, 이 상태가 이렇게 노골적이게 드러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너 왜이러니.. 맘을 잘 다스리자, 응응?! 그러고 있는데

“너 왜 여기 혼자 이러고 있니?” 한다. 내가 좋아하는 톤의 그녀목소리.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린다(아 제발 안빨개져야할텐데ㅠ )

“그냥요. 좀..”

“아직도 속이 안좋아?”

“그건 아닌데, 왠지 오늘까지 마시면 안될것 같아서..”

“… 밖에 나갈래? 저 계곡 물흐르는 소리, 가까이서 들으면 훨씬 좋은데. 공기도 그렇고. 나가자! 너 얼른 따라와!~~”

“네?! 아니 밖에는 지금 엄청 추울텐…데…….”

점점 기어들어가는 내말은, 벌써 나가서는 현관문까지 열어제친 그녀의 꽁무니 50미터도  못따라가고, 닫히는 문앞에서 흩어져버렸다.

오라면 가야지, 아 이렇게 둘이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하지않을까? 가야하나, 가도될까, 아아, 어쩌지.  옷은 주섬주섬 챙겨입으면서도 오만가지 생각. 그치만 제일은 그녀가 기다린다! 걍 나가버린 그녀가 추울테다!

그녀의 패딩을 찾아서 가지고  밖을 나왔다.

“어서와~ 빨리와~” 하는 그녀목소리를 좇아서

계곡 흐르는 물소리따라서, 조금 내려가니

가로등불빛이 미치지않아 어둑어둑한 계곡.

반반한 바위위에 자리잡고 있는 그녀. 맥주 2캔을 안고서.  “나 안추워 너입어 너 바닥에 깔어”하고 건넨 자기패딩을 다시 내게 주는데 큰일이다 싶었다. 취해서 이 추위가 안느껴지구나 이사람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억지로 입히고 옆에 앉아 캔을 딴다.

“바보들, 여기가 진짜 좋은데. 나오지도 않고”

“카메라줘봐, 너는 폰챙겨왔지?  이거 남겨야지”

“아니 캄캄해서 안나올텐데 뭘 남기려구요…”

내말은 듣지도 않는다. 내게 받은 핸드폰으로

저 좀 떨어진 가로등불빛이랑 각을 맞추느라 열심이다.

밤이되면 계곡근처에 먹이구하러 멧돼지가 내려울수 있댔는데.. 나는 좀전에 마주친, 순찰돌던 관리직원 아저씨 말을 곱씹고 있었다. 멧돼지가 설마 올까?…있을까?…..

“이거봐봐, 어떠니.”

용케 실루엣 보이게 찍었구나.

“이쁘네요. 나름 빛 각도 맞춰서 잘찍으셨네요~”

“그치”

내 핸드폰을 다시 건네주며 다가와 귓속말로

“잘 간직해,” ㅡ한다.

…응?  이따보내줘, 가 아니라, 잘..간…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