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엔터 성소수자 성평등 여성 커플

ProP.11 “조금은 시큰둥한 커밍아웃을 꿈꾸며”

그러니까, 아이돌 컴피티션이라면 꽤 본 제가, 유일하게 예고편보고 보이콧 하던 프로그램이 <아이돌 학교>였습니다. 그 말해무엇한 대만/일본/한국에서만 워킹하는 소녀소녀한 표상을 기숙학교 컨셉으로 집어넣은 예고편을 보곤 정말 엠넷 으악이네 싶었거든요.

201707061626372003841_20170706162904_01_20170707090033735 (1)
정체불명의 테니스스커트와 마린복 타입의 포스터라니..

그래서 얼마전 뉴스에 <아이돌 학교> 출신 솜혜인 커밍아웃, 동성연애 중 같은 기사가 쏟아졌을때 처음엔 뭐야 듣보에 아이돌학교라니 안물안궁하고 싶었고, 트위터에서 학폭 가해자 관련 이슈가 있었던 친구라길래 딱히 언급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20190819183115
뭐 여하튼 이렇게 출연을 했었다고 하는데 제 타입은 그다지.. (누가 물어봤?!)

아 물론 동성애자는 정말 흔해 빠진 존재라, 학폭 가해자중에 동성애자가 있을리 없어! 같은 소리를 하려는건 아닌데요. 굳이 긍정적으로 언급되지 않을만한 이슈라 도덕성 싸움에서 완전히 벗어날수 없는 약자의 입장에서 그냥 조용히 입닥치고 있었다란게 더 맞는 표현일거 같아요. 다소 비겁하지만 그랬습니다.

그런데.. 기사댓글을 보니 가만 있기 힘들더군요. 솜혜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그야말로 가관이었고, 특히 제 눈에 쏘옥 들어온건 “왜 꼭 동성애자들은 지들끼리 잘 살면 되지 이렇게 인정을 못받아 안달이냐” 였습니다. 그래서 솜혜인 인스타 캡쳐와 커밍아웃으로 받아들여진 첫 인스타 포스트를 찾아봤는데요. 깜짝놀랐어요.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요. ‘나의 예쁜 그녀’란 이름으로 올라온 사진 2장이 전부였고, 그 뒤에 사람들이 물어보니 동성연애(;;)하고 있다고 본인 인스타에 밝힌게 다입니다.

정말 이상했습니다. 솜혜인이 어디 프레스홀을 잡아서 공식 기자회견을 한것도 아니고, 연애한다며 꽁냥꽁냥 사진 한장 올린게 어떤 지점에서 인정을 원하는건지 도무지 알수 없었고요. 그럼 그 수많은 헤테로, 이성애자들이 인스타에 올리고 있는건 뭐지? 그 모든 포스트들이 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사랑에 행여나 방해를 놓을까, 둘의 사귐에 일일드라마극 반대/찬성 의견이 엇갈릴까 노심초사 하면서 올리는거였나요? 인정 받으려고?

왜 이성애자들은 자기들이 동성애자들의 연애에 대해 반대/찬성 혹은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거야 말로 연쇄살인범이나 혐오범죄자들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난다는 ‘비대한 자아’ 아닌지, 이 비대한 자아들은 어쩌자고 본인이 실제로 얼굴한번 본적 없는 동성애자들의 연애사를 인정할지 말지를 요구받는단 착각에 빠져든건지 정말 신기했고요.

그 뒤 솜혜인의 인스타를 보니 혹시나 불안했던 마음과 달리 시원하달까. 니들이 뭐라하든 난 내 갈길 갈거고 계속 깝치면 고소각이다.라는 내용(물론 표현은 이렇지 않았지만)으로 아주 깔끔한 마무리를 하는걸 보며 역시 밀레니얼은 다르군! 이란 생각도 들고 왠지 안심이 됐습니다.

20190819183055
시작과 마지막을 법적대응으로 상큼하고 깔끔하게!!

사실 동성연애란 표현도 동성애를 성적인 의미로만 포커싱/왜곡하니 쓰지말자가 된거지 이성연애, 동성연애가 어떤 순간의 행위를 지칭하는덴 더 맞는거 아닌가도 싶고요. 연애한다는 표현은 다들 흔히 쓰잖아요. 근데 왜 거기 동성이 붙으면 헐쓰- 안돼!가 되야하는건지..

여하튼 이런 대응까지 보고나니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커밍아웃을 해야할 동성애자들에게 커밍아웃의 개념을 ‘은근히’ 잘 보여준 사건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커밍아웃은 ‘인정’받으려 하는게 아니라 그 자체로 너의 인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선언’이라는것을. 사람들도 다 압니다. 상대가 말을 할때의 태도에 비춰 자신이 이 대화에서 어떤 권한을 갖고 누가 주도권을 갖는지요.

그러고보니 저도 커밍아웃을 할때 이 규칙을 지켰던것 같습니다.

  1. 대단한 인정을 바라는게 아냐.
  2. 그냥 알고 있으라고.
  3. 네게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이 3종 세트면 상대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내가 너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너를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한다는게 다 잘 전달됐습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근데 나 니들 좋아한적은 없다. 혹시 오해마라는 말에 아니 어떻게 날 안 좋아할수가 있냐며 은근히 서운해 하던 경험도 하게 됐고요.

뭐가 됐든 커밍아웃의 여러 면모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도 감히 상대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지하는 사이가 주는 편안함이요. 그게 실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관계의 진정한 모습 아닐까요. 그러니 부디 동성애자라는 고백보다 채식주의자라는 고백이 더 충격적이고, 관계의 한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그날이 올때까지(동성애자에, 채식주의자인 분들을 저격하려던건 아닙니다만;;) 모두 조금은 시큰둥한 커밍아웃을 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20190819183027
모두들 좀 더 아무렇지 않게 럽스타그램 할 수 있길!!

끝.

카테고리
문화/엔터 성평등

ProP.10 “이집 드라마 잘하네, 검블유 하세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5회까지 보고 쓴 리뷰입니다)

그러니깐.. 아직도 6인용 식탁에 둘러앉아, 제일 상석에 시아버지가 앉아 있는 연출을 하며, 구박받는 며느리가 영원히 고통받는 한국 드라마계에 도착한 신선한 미래랄까요. 단언컨데 이정도로,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이 느끼는 시대정서와 캐릭터, 역할, 태도를 보여준 한국 드라마는 없었던듯 합니다. 왜 대체 트위터 레즈들은 물론 헤녀들마저도 이 드라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20190620125155

일단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즉, 서사와 경쟁, 분노와 파트너쉽이 모두 여성 vs 여성으로 이루어집니다. 모든 서사가 여성을 중심으로, 여성의 관계성 안에서 전개된다는게 이렇게 큰 쾌감을 주는지 저도 보기전엔 몰랐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알탕 영화를 보던 남자들은 이렇게 좋은걸 지들끼리 해쳐먹고 있었다니.. 특히 어제 5화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어제의 베스트는 제니가 조작된 실검 어뷰징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타미를 위해 범인의 신상정보를 넘기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다지 살가운 기억이 없는 관계라 ‘우리’라는 말을 쓰는 제니에게 타미가 왜 도와주냐는듯 우리가 우리로 묶이냐고 묻죠. 그러자 제니가 대답합니다. “함께 쓰는 공간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이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은 여자화장실입니다.

201906201321262019062013214920190620132110

보통 여자화장실하면 떠오르는 시퀀스가 있죠. 여자가 여자를 상대로 험담을 하거나, 때리거나, 화장실칸에 있는 상사에게 물을 붓거나 등등 모두 여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동일성을 부정적인 감정이나 관계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바로 그런 공간에서! 온전히 여성이라는 지점에 공유하는 공간에서 협업과 연대의 뜻을 표하는 제니를 본거죠. ㅠ-

그리고 이 연대는 곧바로 차현과 타미로 이어집니다. 차현은 타미와 내내 각을 세우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차현은 타미의 신상이 성적 루머의 대상이 되자 타미를 걱정합니다. 그리곤 앉아서 걱정만 하는게 아니라 타미의 저질 체력을 대신해 달려주고, 뚝배기를 날려 범인을 잡고,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비를 맞는 타미에게 우산을 씌워줍니다. 

2019062012465820190620124642

그리곤 타미가 차현에게 전화해 “네가 필요해” 라고 말하자 득달같이 달려와 타미를 엿먹인 남자의 차를 같이 부셔버립니다. 특히 차현은 성범죄자를 죽도록 패서 폭력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지금도 지나치게 순응적인 삶을 요구받는 한국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더 강한 도덕성을 요구받는게 당연시되곤 하는데 당당하게 폭력전과를 달아서라도 자신을 성추행하는 남자를 패주고, 그 전과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차현이라니요.

2019062013230120190620132245

물론 주인공 타미도 빠지지 않습니다. 극중 헛된 루머로 실검 1위에 오른 타미에게 어디로든 데려가겠다며 도망칠까요? 류의 대사를 던지자 타미는 회사에 가겠다고 하죠. 또 어디 바다쯤 가서 기지개좀 피고 좀 졸다 오는 전개를 예상했던 저는 당황스럽더군요. 사실 저런 상황이라면 나라도 당연하게 회사에 갈텐데 왜 드라마는 다르다고 생각했을까. 결코 자신의 역할과 상황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여캐를 드라마에선 왜 이리 오랫만에 보는것 같을까요?

20190620134544

이외에도 굵직한 악역들도 여성으로 설정된 이 드라마는 모든 장면들에 여자들을 꽂아넣습니다. 이 세상의 반인 여자들이 당연하게, 다양한 모습으로 그들의 욕망과 원칙에 맞춰 치열하게 살아가는데요. 물론 종종 과잉된 연출이나 캐릭터가(예를 들어 유니콘 대표님 같은;; 대체 왜 올백 머리에 넥타이 정장을 입고 나오시는건지) 등장해 낯설어지기도 하지만 글로벌 회사의 대표에 흑인여성을 앉혀놓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그저 수긍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20190620134613

물론, 검블유를 여자들의 판타지라고 쉽게 말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판타지의 방향이 어딜 가르키느냐 아닐까요. 혀 짧은 소리를 하며 재벌남과 연애를 하는 서민여자 캐릭터란 욕망은 이제 흘러흘러 내 능력으로 먹고살며, 백수됨을 가장 뼈저리게 부끄러워하는 커리어우먼으로 향했단거니까요. 일단은 그 욕망이면 충분합니다. 그 욕망이 때론 등도 밀어주고, 조금은 과하게 밀어서 넘어지는 순간이 오더래도 그 욕망의 방향은 결국 우리를 홀로 서게 하고 성장시킬테니까요.

그러니 모두 검블유 하세요!!

20190620132937

역시 드라마는 영상으로 봐야 제맛! [5화엔딩] 우린 임수정X이다희고 지금 저 차를 박살내서 복수할거야 #언니들이간다

http://naver.me/5svgQWqH

 

 

카테고리
문화/엔터 성소수자 여성 커플

ProP.9 “뭐 좀 재미난거 없어? 있습니다!”

얼마전 트위터에 무려 김희애님이 퀴어영화에 출연한단 소식이 올라왔더군요. 기대에 차서 슬쩍 본 홍보용 사진엔 김희애님이 카메라를 들고 계셨고, 그걸 본 수많은 트위터인들은 카메라를 든걸 보니 퀴어 영화가 맞다며 화답했죠 ㅋ. 그만큼 도식화된 퀴어 이미지나 스토리, 캐릭터란게 있단 이야기인데요.

IVvZx11DpLJx3lJdkZeilqf070zQ
퀴어라면 감성돋게 필름카메라 하나쯤은 들어줘야 하는걸까요

아니나 다를까 줄거리를 슬쩍보니 예전 첫사랑에게 편지를 받은 여주인공이 그 시절의 기억을 찾아 떠올린다는 내용이라는데.. 바로 이 영화가 내키지 않더군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영화에 대고 넘 뭐라하는것 같지만, 일단 현재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에 느꼈던 애틋했던 사랑을 놓친, 그래서 아쉬운, 그런 스토리가 맘에 안들거든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런 이야기, 이제 너무 지겹다고요. ㅠ-  헤테로들에게 공감받거나, 이해받기 위한듯한 슬픈 계몽용 스토리 말고 실제 동성애자들을 위한 신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왜 없는걸까요? 

그래서 오늘 이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무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이후 20년 후 설정으로 만들어진 <And A Wedding>이란 단편인데요.

11111
어느새 혼주가 되어 나타난 앤디 맥도웰과 휴그랜트

영국엔 ‘레드노즈데이’라고 전국민의 기부를 독려하는 날이 있고 이날 기부한 사람들은 코에 빨간코를 붙임으로써 기부사실을 알린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바로 그 의미있는 ‘레드노즈데이’를 맞아, 드라마 내내 기부 독려를 하는 메세지를 띄우며 무려 휴그랜트의 딸이 결혼한단 설정으로 만든 15분짜리 단편입니다. 그리고 그 딸은 여성 파트너와 결혼합니다!

2222

66666
<툼레이더>에서 무려 안젤리나 졸리에 이어 라라 크로프트를 꿰찬 알리시아 비칸데르(왼쪽)과 <신데렐라>와 <맘마미아2>로 이름을 알린(그전엔 <다운튼 애비>)의 릴리 제임스 

내용은 단순합니다. 결혼식이 벌어지는 하루를 보여주는건데요. 특히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 로코물에 빠질수 없는 미스터 빈이 신부로 등장해서 하는 주례사가 아주 긴장감 넘칩니다. 

익숙하게 자기도 모르게 허즈번드 앤 와이프나, 맨 앤 우먼을 쓰다가 그 위기를 슬쩍슬쩍 넘어가는 능청스런 연기에 어느새 키득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축하연에서 노래하는 가수는 커밍아웃하고 시상식에서 자기 찬 남자에게 한방 먹인 샘 스미스라는..

그래서 이 단편을 어찌보라는거냐!라고 하신다면 아쉽게도 영국 BBC의 온라인 서비스인 iplayer는 영국에서만 접속이 됩니다. 전 그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풀버전을 보았으나 이미 삭제완료;; 하지만 그래도 꼭 봐야겠다면.. 어느 은혜로운 양인께서 이 드라마에 대한 리액션 비디오를 남겼다는 ㅋ 작은 화면이지만 볼만합니다. 딴말이지만 리액션하는 언니도 호감이신.. 쿨럭;;;

여하튼 이 작품에선 퀴어의 삶이나 스토리를, 실패하거나 지나간뒤 애환을 남긴 슬픈 스토리로 소비시키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기뻐하며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죠. 한국에선 대체 언제쯤 이런 스토리가 나오게 될까요? 다음 스텝 좀 밟읍시다. 쪼옴!

 

 

카테고리
문화/엔터 성평등

ProP.8 “시선에 대하여”

아이유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이유가 연기를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연기를 잘하냐 못하냐보단 아이유의 연기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시선이 껄끄러운 지점이 있어서인데요.

이미 보신분들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번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아이유의 옴니버스 단편영화 <페르소나> 예고편인데요. 아이유의 연기가 보기 부담스러운 바로 그 지점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영상이더군요.

<페르소나>는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고, 그중 2개는 여성감독이, 2개는 남성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이경미(미스홍당무), 임필성(마담뺑덕), 전고운(소공녀), 김종관(촤악의 여자, 더 테이블) 감독으로 나름 인지도도 있으면서 특징있는 저예산영화를 연출해본 경험이 있는 감독들입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예고편만 봐도 어느 에피소드가 남성감독이 연출한건지 알 수 있더군요. 아이유를 바라보고 다루는 방식이 성별로 인해 이렇게 확연히 드러난다는게 제가 바로 아이유의 연기를, 특히 남성 감독이나 작가가 쓴 극에서의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이유를 한껏 특별하고, 알 수 없고, 비밀에 쌓인, 그럼에도 성적긴장감을 풍기며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부유하는 모습으로 그린 것들이 남성감독들의 연출작이고 저는 그런 시선들이 불쾌하고 불편합니다.

유사한 불쾌감을 느꼈던 영화는 <버닝>이었는데요.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20대 여성인 전종서가 현실적인 욕망이나 정체성 없이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약에 취해 느닷없이 두 남자 앞에서 “없었던것처럼 사라졌으면 좋겠어.” 라며 벌거벗고 춤을 추죠.  대체 왜 옷을 벗는걸까요?

0000429613_001_20180503101606239

이런 예들에 반해 <소공녀>를 연출한 여성감독 전고운님은 인터뷰에서 담배를 피는 여자를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로 인식하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 이솜에게서 최대한 성적인 이미지를 빼기 위해 애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공녀>에서 주인공인 이솜은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를 피지만 종종 한약을 챙겨먹고, 성실하게 청소 일하며 일상에 발붙인 현실인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2018__소공녀__집은_없어도,_취향은_있는_미소가_찾아옵니다.mp4_000759661소공녀_FHD_1080P_정식본.mp4_0007593010000044401_003_20180220164010431Iz9rWj7SzGzlXTCW175tVgHc7HxA

이렇듯 여성캐릭터를 그리면서 현실적인 정체성과 존재감, 욕망을 싹 걷어낸채 ‘해석이 안되는 존재’ 정도에 천착하는 모습은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성 감독들은 종종 정말 어렵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죠. “여성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느 여성 감독도 남성을 이해하고, 창작물에서 소화하는게 어렵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이런 온갖 왈가왈부하는 이야기들이나, 자신을 정의하려는 과한 남성적 시선 혹은 그 반대의 시도들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가는 아이유의 의지는 높이 사주고 싶다고요. 하지만 그 뚝심이 잘못 발휘되면 <자전차왕 엄복동>처럼 될 수 있기에,(흠흠;;) 지금의 아이유가 벌이는 다양한 활동들이 좀 더 본인이 이룬 성취와 그로인한 상징성을 좀 더 굽어 살펴주길 바랍니다.

이제 겨우 스물다섯 이제 여섯인가요? 왜 유독 여성만 특정화해 상징이 되야 하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앞서가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져야할 ‘왕관’의 무게인거겠죠. 그딴 왕관 따위 쓰고싶지 않다고 해도 이미 대중들의 눈에는 왕관을 쓴 아이유가 보이고, 왕관을 쓴채 좀 더 근사하게 움직여주길 기대할뿐입니다.

끝.

카테고리
문화/엔터 성평등

ProP.7 “신봉선의 상상도 못한 ‘성취’”

어제 트위터에는 때아닌 신봉선 덕후들의 대트윗 행진이 이어졌는데요. 신봉선이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보여준 어떤 포즈 덕분에 아주 오랫만에 광고를 찍은것을 자축하는거였습니다. 아마도 짤방으로 보신 분들이 꽤 될듯한데 줄여서 ‘상못정’이라고 불리는 ‘상상도 못한 정체’ 인데요.

113366

MBC <복면가왕>에 양동근이 나왔던 회차에서 신봉선이 상상도 못한 정체라는 자막과 함께 보여준 포즈인데 이 포즈가 기괴해(?) 다양한 짤방을 탄생시켰죠. 그리고 어제 그동안 짤방으로만 돌던 이 이미지를 적극활용한 GS25의 무려 화이트데이 신봉선스페셜 에디션과 광고가 등장하게 된건데요.

신봉선 화이트데이 에디션 ‘상상도 못한 캔디’

흥미로운건 GS25가 이 광고의 흐름을 철저하게,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신봉선의 생각과 태도, 기분을 따라가며 구성한단겁니다. 실제 신봉선이 이렇게 느꼈겠지라는 지점을 진짜 신봉선이 나와서 보여주니 뭔가 친밀감도 느껴지고, 예상이 맞은것 같은 기분에 우쭐하며 내가 그럴줄 알았어! 같은 쾌감도 생기고요. 물론 평상시 내가 즐기고, 알던 은밀한(?) 밈(meme)을 주류에서 픽업해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우쭐함도 있고요.

*밈(meme)이란, 비유전적 문화유전자란 뜻으로 1976년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 등장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짤방의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유전되지 않았어도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어 의미를 획득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기호가 된다는 뜻인데 온라인 커뮤들 은근 지식미 뿜뿜한달까.

그리곤 새삼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간혹 온갖 SNS활동을 폄하하거나, 그 활동을 통해 얻게된 ‘가짜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은 구세대의 오만일뿐이라는 생각이요.

사실 관계라는건 여러 경로를 통해 발생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 등 각각 가족과, 학교나 학원, 취미모임, 직장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우리에겐 이제 이런 커뮤니티말고도 온 세상을 연결하는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레이어가 존재한다는거죠. 사실 거창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관계의 밀도나 깊이가 얕아졌다고 한탄하기도 하지만 그대신  넓어졌고, 모든 정체성이 완벽하게 겹쳐야만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면 이젠 작은 관심사 하나로도 관계가 형성되는 세상을 살뿐입니다. 훨씬 수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거죠. 

저는 신봉선을 매우 재능있는 개그우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유세윤이나 장동민보다는 좋아했죠. 하지만 왠일인지 뻔질나게 등장하는 유세윤, 장동민보다 훨씬 보기 어려웠죠. 그런데 어느날부터 신봉선이 겨우 패널로만 등장하면서도 그 특유의 패기어린 목소리라던가(누군가에겐 드세고 억센), 다소 잊고 있던 연기력과 재치를 선보이는 것을 보고 응원을 시작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봉선이 더 이상 주요한 게스트나 패널, 고정을 얻지 못한채 겨우 얻은 그 패널 자리에서 보여준 포즈로 다시 이렇게 주목받고, 수익화를 해내는 모습에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아주 소소하게, 무시당하던 작은 밈과 그 밈을 둘러싼 그 얄팍하고 미약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덕이라는 것이 기분좋게 느껴지더군요. 온라인의 이 미약한 관계들, 권력들이 그나마 손을 뻗을 수 있고, 무언가를 구체화시키는 것을 보며 퍼거슨처럼 이미 오프라인에서 잔뜩 권력과 사유재산을 일군 중장년의 백인 늙은이가 온라인을 폄하하는 말이 얼마나 권력적인 일인줄 알게 됐고요. 이 미약하고 실체없다고 무시당하던 온라인 커뮤니티는 광화문에 무려 10만이 넘는 여성들을 불러내 불법몰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죠.

그래서 오늘은 신봉선이 등장하는, 정말 웃긴! 온라인 클립들을 소개하며 마칠까 합니다. 송은이와 김숙님이 창업한 비보TV의 활약상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데요. 이 중년을 바라보는 여성 개그우먼들이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주말 예능의 고정석 하나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은 대안이 되줄수 밖에 없다는걸 알기에, 오랫만에 이 온라인 마이너리티가 이룬 성과에 자축의 박수를 보내봅니다.

<판벌려> 시즌2 1부

<판벌려> 스페셜 에디션 사이판 1부

<판벌려> 스페셜 에디션 사이판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