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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9>

어느새 꽃피는 봄이 왔구나.

몇 주 전, 삼천포라는 조그마한 시골 해안도시에 사는, 친구 집들이 겸 기분전환 겸 갔다가 벚꽃보러 온, 넘쳐나는 연인들과 가족들 틈에서, 한없이 외로워져 왔다. 그녀도 어디선가 이렇게 사랑하는 연인과 즐거워하며 환하게 웃고 있을 생각을 하니, 이 광활한 우주속에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날 그렇게 미워하니, 얼른 돌아와

언닌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자리 그대로 있어~~”

받지않는 전화, 읽고씹어버리는 톡, 톡이 안되니까  문자로 남겨놓는 메시지,

그녀는. 필사적으로 굴었다.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역시 면책사유는 잘 만들어 놓으시는군요..

씁쓸해졌다. 내가 힘들어 손을 뻗었을 땐 외면해놓구선. 윗사람이 챙기라고 시키니까 이러는 거에요, 그냥 차갑게 구는 게 더 나았는데. 실망입니다.

휴우.

우리는 그냥, 어느정도 불편함 가진 동료로 남았어야 했는데. 어디서 멈춰야 했을까..

성탄절을 앞두고 고해성사를 할 때에 칸막이 넘어 신부님이 나를 알아보실텐데도 나는 감히 고백했다.

“감사하게도, 지금껏 기다렸던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해주셔서, 이 은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그사람과 노느라 자주 미사도 빠지고 일도 소홀히하고 의무도 게을리한 것 용서해주세요-”

그랬다. 워크숍을 다녀온 뒤 어느 주말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고, 넘쳐나는 감상을 그녀에게 건넸다가, 마침 브런치를 먹을 참인데 함께 와서 먹자는 그녀의 제안을 시작으로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더랬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점심과 저녁을 함께먹고, 한창 레몬소주와 깔라만시에 빠져있던 그녀에 맞춰서 1주일에 3~4일은 술을 마셨던 거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집에서 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애정문제로 힘들었던 것 같다. 항상 술을 필요로 했고, 마침 비슷하게 마시고 웃고 떠들고 취하는, 내가 딱 좋은 술친구였으리라. 지금생각해보면. 그녀는 전형적인 일반녀인데.. 방탕해진 나를 염려해 충고해주던 동료와 가족들,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와 어울렸다. 술취해서 늘어놓는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은 남자를 혐오한다 했었고, 술취해서 나에게 해대는 뽀뽀나 스킨십은 내가 오해하기 딱 좋았다. 일반녀들도 곧잘 그런다고, 백퍼 스트레잇이니 넘어가지말라고, 만류하던 이쪽지인들도, 그녀의 언행들, 나와 맞닥뜨려진 상황들이, 혹시나 어쩜, 고백해보라고 할정도였으니까. 내맘, 같은 줄 알았다.

크리스마스이브, 함께 파티해요-

성탄미사, 업무상 저녁약속도 다 깨고 그녀에게 제안을 했었는데 거절하지 않고 기쁘게 그날을 기다리는 그녀였다.

그녀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이브. 백화점에 가 쇼핑을 하며 서로에게 선물을 사주고, 영화를 보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장을 보고, 그날은 여느 연인같은 데이트를 했던 거 같다. 그날 먹은 와인, 샴페인, 소주,,, 자신에게 참 특별한 샴페인, 소중한 사람이랑 먹으려고 아껴뒀던 거, 이제 따노라고, 그녀말에 한껏 기운을 얻어, 나는, 그날밤  내 일생에 처음, 내 성정체성을 고백하며, 여차하면 직장을 포기한다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해 전했다. 내가 좋아했던 여자들, 사귀었던 남자들, 행복하지 않았던 시간들, 말하면서도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생 벽장일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가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내 얘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 그사람이라는 것도, 모두가 가슴이 벅차면서도 두려웠다. 그녀는 잠자코 모든 걸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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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8 “시선에 대하여”

아이유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이유가 연기를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연기를 잘하냐 못하냐보단 아이유의 연기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시선이 껄끄러운 지점이 있어서인데요.

이미 보신분들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번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아이유의 옴니버스 단편영화 <페르소나> 예고편인데요. 아이유의 연기가 보기 부담스러운 바로 그 지점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영상이더군요.

<페르소나>는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고, 그중 2개는 여성감독이, 2개는 남성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이경미(미스홍당무), 임필성(마담뺑덕), 전고운(소공녀), 김종관(촤악의 여자, 더 테이블) 감독으로 나름 인지도도 있으면서 특징있는 저예산영화를 연출해본 경험이 있는 감독들입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예고편만 봐도 어느 에피소드가 남성감독이 연출한건지 알 수 있더군요. 아이유를 바라보고 다루는 방식이 성별로 인해 이렇게 확연히 드러난다는게 제가 바로 아이유의 연기를, 특히 남성 감독이나 작가가 쓴 극에서의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이유를 한껏 특별하고, 알 수 없고, 비밀에 쌓인, 그럼에도 성적긴장감을 풍기며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부유하는 모습으로 그린 것들이 남성감독들의 연출작이고 저는 그런 시선들이 불쾌하고 불편합니다.

유사한 불쾌감을 느꼈던 영화는 <버닝>이었는데요.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20대 여성인 전종서가 현실적인 욕망이나 정체성 없이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약에 취해 느닷없이 두 남자 앞에서 “없었던것처럼 사라졌으면 좋겠어.” 라며 벌거벗고 춤을 추죠.  대체 왜 옷을 벗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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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들에 반해 <소공녀>를 연출한 여성감독 전고운님은 인터뷰에서 담배를 피는 여자를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로 인식하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 이솜에게서 최대한 성적인 이미지를 빼기 위해 애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공녀>에서 주인공인 이솜은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를 피지만 종종 한약을 챙겨먹고, 성실하게 청소 일하며 일상에 발붙인 현실인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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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여성캐릭터를 그리면서 현실적인 정체성과 존재감, 욕망을 싹 걷어낸채 ‘해석이 안되는 존재’ 정도에 천착하는 모습은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성 감독들은 종종 정말 어렵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죠. “여성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느 여성 감독도 남성을 이해하고, 창작물에서 소화하는게 어렵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이런 온갖 왈가왈부하는 이야기들이나, 자신을 정의하려는 과한 남성적 시선 혹은 그 반대의 시도들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가는 아이유의 의지는 높이 사주고 싶다고요. 하지만 그 뚝심이 잘못 발휘되면 <자전차왕 엄복동>처럼 될 수 있기에,(흠흠;;) 지금의 아이유가 벌이는 다양한 활동들이 좀 더 본인이 이룬 성취와 그로인한 상징성을 좀 더 굽어 살펴주길 바랍니다.

이제 겨우 스물다섯 이제 여섯인가요? 왜 유독 여성만 특정화해 상징이 되야 하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앞서가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져야할 ‘왕관’의 무게인거겠죠. 그딴 왕관 따위 쓰고싶지 않다고 해도 이미 대중들의 눈에는 왕관을 쓴 아이유가 보이고, 왕관을 쓴채 좀 더 근사하게 움직여주길 기대할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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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엔터 사회, 경제 성평등

[Netflix] 셰프의 테이블, ‘다질링 익스프레스’ 의 아즈마 칸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6회에 등장하는 Asma Khan 은 영국 런던의 인디안 레스토랑 ‘다질링 익스프레스(Darjeeling Express)’ 의 오너 셰프이다. 성차별이 심하기로 유명한 인도의 둘째딸로 태어나 영국에서 법학공부를 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녀의 집안은 무사 계급으로 지금은 망고 농장을 하는 부유층이다) 그녀의 인생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준 것은 바로 집밥 인도 료리! 아즈마는 엄마에게서 전수받은 인도 집밥요리로 런던시민들을 감동시키고 마침내 영국의 황교익 페이 매쉴러 여사의 찬사를 받게 되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셰프의 테이블은 에미상 후보에 오른 수작이다. 그중에서도 아즈마 칸의 이야기는 여성 뿐만 아니라 행복한 일을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전에 박막례 할머니가 유툽에서 말씀하시길…. 집에서 요리는 다 여자가 하는데 왜 좋은 레스토랑의 셰프는 다 남자여? 칸이 말한다. ‘(집밥을 요리하는) 그녀들의 일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이 싫었어요.’

칸은 런던에서 요리에 소질있는 남아시아 여성(대부분 아기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음) 들을 발굴하여 여자로만 구성된 키친을 완성한다. 왜 유명 레스토랑의 키친은 모두 남자로만 구성되어 있을까, 여자 셰프란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흔히들 주방에서 불을 다루는 일은 위험하고 어려우니까 혹은 이래저래 힘이 많이 필요하니까 그렇지 않을까 라고 추측한다. (허나 조선시대부터 어머니들은 가마솥을 다루었고….) 그것은 편견이다.

이 에피의 또다른 흥미로운 점 한가지는, 칸의 레스토랑에 대박을 안겨준 인물 역시 여성이라는 점이다. 인도에서 태어난 페이 매쉴러는 Evening Standard 에 40년을 기고한 유명 비평가로서 70세 생일턱으로 고향의 음식을 맛보려 했고 다질링 익스프레스의 메뉴가 바로 그녀가 찾던 음식이었던 것.

아즈마 칸은 노력하는 자에게 성공과 운이 따른다 라는 흔한 교훈을 들먹이는 대신 아버지가 말씀하신 인도의 철학을 들려준다.

태어나는 것은 우연이다. 저기에 태어날 수도 있고 여기에 태어날 수도 있다. 변화를 만드는 데 인생을 바쳐라. 특권을 가진 위치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다른 이들을 끌어올리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가면 꼭 가봐야겠다. ㅎㅎ

자리는 택도 없겠지만 유리창 안으로 열심히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셰프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일 것 같다.

https://www.darjeeling-express.com

@ 홈페이지 끝에 보면 second daughters fund 라는 링크가 있다. 인도에서 둘째까지 딸을 낳는 일은 매우 안좋은 사건으로 치부된다고 하는데 아즈마가 둘째 딸 ‘출신’ 으로서 딸들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펀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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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ㅇ오늘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일한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내 옆에 앉은 과장이 갑자기 킥킥거리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뭐야.  얼마나 급하게 자료를 제출했으면 자기네 기업명도 제대로 못써서냈네. ‘XXX 게이’가 뭐야...ㅋㅋㅋ“(부서원 중 몇명은 웃음…) 아마도. ‘XXX 데이’라는 회사인데 오타를 냈나부다.

괜히 나는 불편해진다. 우리 부서원 중에 내가 성소수자라는 걸 아는 친한 동료가 있는데. 내가 불편한 건  둘째치고, 그 동료가 나 때문에 마음껏 ‘XXX 게이’ 라는 그 회사의 오타를 함께 웃을 수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그 오타가 뭐가 웃겨요! 내가 게이인데,,, 내 정체성이 웃겨요?” 라고 큰소리 치고 좌중을 썰렁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상상을 했다.

그냥 상상만 했다.

ㅇ 몇 달 전에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이 역시 보수적인 우리 조직에서 일어난 일이다. 부서원이 모여서 간식을 먹는 시간 중에 나온 이야긴데.  미국 지사에서 들어온 차장이 갑자기 피자를 먹다가 말한다.  “내가 미국 지사에서 일할 때, 우리팀 매니저가 한국 도미노 피자 광고를 보고 2명의 게이가 나오는 광고라고 하더라. 걔들 눈에는 송중기랑 박보검이 그런 사이로 보였나봐.” 뭔가 박보검이 끼를 부리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부서원들은 웃었다. 나만 얼굴이 벌게졌다.

난 왜 그랬을까? 왜 얼굴이 벌게지고… 고개를 들지 못했을까. 속상했다. (물론 부서원 중 한명이 내 정체성을 알고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일반인인척 하지도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더 그런것도 있지만.)

일상 중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렇게 성소수자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정색하고 그건 차별적인 발언입니다.  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언젠가는 정말 말하고 싶다. 성소수자를그렇게  웃음거리로 삼지 말아 달라고.

ㅇ 그러면서, 우리는 진보한다.

소수자 배제 인식 연도별 추이

최근에 나온 뉴스였다. 한국인들 중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론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고 한다. 시골보다는 도시가, 저학력자보다는 고학력자들이,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서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인식이 컸다고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8년 9~10월 국내 만 19~69세 성인 8000명을 조사해 17일 공개한 ‘2018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선 한국인들의 소수자 포용 경향이 전반적으로 강해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원문보기

ㅇ 마지막 에피소드.

지난 주말에 남동생 부부네 신혼집에 초청을 받아 나와 내 파트너가 함께 갔더랬다. 남동생 와이프는 정말로… 우리 커플을 너무 스스럼없이 대했다. 사실…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남동생 와이프에게 물었다. “주변 지인 중에 성소수자가 한 명도 없어?”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네. 한명도 없어요”.

그런데 말이다. 

정말 한 명도 없을까! 

ㅋㅋㅋ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아아~ 말 조심해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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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7 “신봉선의 상상도 못한 ‘성취’”

어제 트위터에는 때아닌 신봉선 덕후들의 대트윗 행진이 이어졌는데요. 신봉선이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보여준 어떤 포즈 덕분에 아주 오랫만에 광고를 찍은것을 자축하는거였습니다. 아마도 짤방으로 보신 분들이 꽤 될듯한데 줄여서 ‘상못정’이라고 불리는 ‘상상도 못한 정체’ 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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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복면가왕>에 양동근이 나왔던 회차에서 신봉선이 상상도 못한 정체라는 자막과 함께 보여준 포즈인데 이 포즈가 기괴해(?) 다양한 짤방을 탄생시켰죠. 그리고 어제 그동안 짤방으로만 돌던 이 이미지를 적극활용한 GS25의 무려 화이트데이 신봉선스페셜 에디션과 광고가 등장하게 된건데요.

신봉선 화이트데이 에디션 ‘상상도 못한 캔디’

흥미로운건 GS25가 이 광고의 흐름을 철저하게,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신봉선의 생각과 태도, 기분을 따라가며 구성한단겁니다. 실제 신봉선이 이렇게 느꼈겠지라는 지점을 진짜 신봉선이 나와서 보여주니 뭔가 친밀감도 느껴지고, 예상이 맞은것 같은 기분에 우쭐하며 내가 그럴줄 알았어! 같은 쾌감도 생기고요. 물론 평상시 내가 즐기고, 알던 은밀한(?) 밈(meme)을 주류에서 픽업해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우쭐함도 있고요.

*밈(meme)이란, 비유전적 문화유전자란 뜻으로 1976년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 등장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짤방의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유전되지 않았어도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어 의미를 획득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기호가 된다는 뜻인데 온라인 커뮤들 은근 지식미 뿜뿜한달까.

그리곤 새삼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간혹 온갖 SNS활동을 폄하하거나, 그 활동을 통해 얻게된 ‘가짜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은 구세대의 오만일뿐이라는 생각이요.

사실 관계라는건 여러 경로를 통해 발생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 등 각각 가족과, 학교나 학원, 취미모임, 직장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우리에겐 이제 이런 커뮤니티말고도 온 세상을 연결하는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레이어가 존재한다는거죠. 사실 거창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관계의 밀도나 깊이가 얕아졌다고 한탄하기도 하지만 그대신  넓어졌고, 모든 정체성이 완벽하게 겹쳐야만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면 이젠 작은 관심사 하나로도 관계가 형성되는 세상을 살뿐입니다. 훨씬 수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거죠. 

저는 신봉선을 매우 재능있는 개그우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유세윤이나 장동민보다는 좋아했죠. 하지만 왠일인지 뻔질나게 등장하는 유세윤, 장동민보다 훨씬 보기 어려웠죠. 그런데 어느날부터 신봉선이 겨우 패널로만 등장하면서도 그 특유의 패기어린 목소리라던가(누군가에겐 드세고 억센), 다소 잊고 있던 연기력과 재치를 선보이는 것을 보고 응원을 시작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봉선이 더 이상 주요한 게스트나 패널, 고정을 얻지 못한채 겨우 얻은 그 패널 자리에서 보여준 포즈로 다시 이렇게 주목받고, 수익화를 해내는 모습에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아주 소소하게, 무시당하던 작은 밈과 그 밈을 둘러싼 그 얄팍하고 미약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덕이라는 것이 기분좋게 느껴지더군요. 온라인의 이 미약한 관계들, 권력들이 그나마 손을 뻗을 수 있고, 무언가를 구체화시키는 것을 보며 퍼거슨처럼 이미 오프라인에서 잔뜩 권력과 사유재산을 일군 중장년의 백인 늙은이가 온라인을 폄하하는 말이 얼마나 권력적인 일인줄 알게 됐고요. 이 미약하고 실체없다고 무시당하던 온라인 커뮤니티는 광화문에 무려 10만이 넘는 여성들을 불러내 불법몰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죠.

그래서 오늘은 신봉선이 등장하는, 정말 웃긴! 온라인 클립들을 소개하며 마칠까 합니다. 송은이와 김숙님이 창업한 비보TV의 활약상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데요. 이 중년을 바라보는 여성 개그우먼들이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주말 예능의 고정석 하나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은 대안이 되줄수 밖에 없다는걸 알기에, 오랫만에 이 온라인 마이너리티가 이룬 성과에 자축의 박수를 보내봅니다.

<판벌려> 시즌2 1부

<판벌려> 스페셜 에디션 사이판 1부

<판벌려> 스페셜 에디션 사이판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