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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정치

못난 올드미스 의원님 거기서 뭐하나요?

 

정말 요즘 제일 싫은 게 자유한국당이다. 드러눕고, 지들 얘기 안들어 준다고 되도 않은 소리 하는 거 듣다 보면, 순수한 미움이 샘솟고 저것들을 지지 하는 사람들이 30%가 넘어간다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좌절한다. 아… 대한민국. 나의조국… ㅡ_ㅡ

몇 일전에 일어난 일이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권한 행사로 일어난 한 의원의 ‘사보임’을 승인하려는 문희상 국회의장 앞을 가로 막아 선 자유한국당의 임이자 의원.

국회의장이 나가려는 길을 막아서며. ‘여자의원이 막아야해’ 라고 외치며 그녀는 남자 국회의장 앞에 섰드랬다. 뭐 백번 양보해서 몸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아사리판에서 여성성을 앞세워서 그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던 거라고 이해해주려고 하다가도… 아 썅.

뭐 어찌되었든 결국 이렇게 되었다. 그녀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확실한 건 자유한국당 동료 의원에게 이런말을 들어야 했다.

“결혼도 안 한 미혼여성” “올드미스” “서울대 나온 사람(문 의장)은 못난 임 의원에게 모멸감을 줘도 되냐”(기사원문보기)

“결혼도 안한 올드 미스 임이자 의원”

뭐냐…. 자유한국당 수준 실화냐? 아 증말.

임이자 의원이 옆에 있으면 묻고 싶었다.

“의원님, 결혼도 못하고. 키도 작고. 서울대도 나오지 못했는데 왜 자유한국당에 있어요?”

“노동운동도 하셨다면서 자유한국당에서 펼치고자 하는 당신의 뜻이 무엇인가요!!!”

다양성을 말살하고,(자유한국당에서 임이자 의원은 그저 결혼 못하고 여성스럽지 못한 옷차림과 제스처를 하는 올드 미스일뿐) 서울대 나온 사람이 당연히 잘난 세상을 만들고 싶어 안달이고, 모든 여자들은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못난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집단에서. 임이자 의원님 뭐하시나요? 

저 발언을 한 이채익 의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김명수 대법위원장의 청문회에서, 동성애자를 인정하면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성애, 수간도 받아 들여야 하냐고 물었던 그분이시다. (의식 클라스 보소… 미국이 지금 동성혼 합법 되고 나서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성애 수간도 인정하자 하드냐 이노마!!! )

아 정말… 오랜만에 퓨어한 울화가 치민다…

자기가 도저히 속하지 않을 것 같은 집단을 지지하는 임이자 의윈을 보면서 예전에 열심히 봤던 미드의 ‘뉴스룸’이 생각났다.

게이메리지를 반대하는 정치인을 모시는 흑인이면서 게이인 보좌관과 뉴스 앵커가 인터뷰하는 장면이었다. 

앵커가 묻는다.

너의 존재를 부정하고 역겨워 하는 그 정치인을 왜 지지하느냐고 끈질기게 추궁한다.

그 보좌관이 답한다.

“나를 단순하게 한 두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난 단지 게이이기만 한건 아니다라는 뜻이죠.) 그 정치인이 낙태에 반대하는 유일한 후보이기에 지지한다. 내가 무엇을 지지할 것인지 나에게 강요하지 말라”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많은 성소수자들을 보면서 늘 저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서다.

임의원님도.. 뭔가.. 다른 .. 자유한국당의 가치를 지지하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거겠지 싶다가도.

나는 그녀가 왜 자유한국당에 있는지 알 수 없다. 키작고 올드미스에 서울대 나오지 못한 임이자 의원이 자신의 뜻을 말하게… 자유한국당이 그녀에게 마이크를 준 적이 없기 때문이지 싶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에 있는 이유는 정말 많이 들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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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엔터 성소수자 여성 커플

ProP.9 “뭐 좀 재미난거 없어? 있습니다!”

얼마전 트위터에 무려 김희애님이 퀴어영화에 출연한단 소식이 올라왔더군요. 기대에 차서 슬쩍 본 홍보용 사진엔 김희애님이 카메라를 들고 계셨고, 그걸 본 수많은 트위터인들은 카메라를 든걸 보니 퀴어 영화가 맞다며 화답했죠 ㅋ. 그만큼 도식화된 퀴어 이미지나 스토리, 캐릭터란게 있단 이야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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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라면 감성돋게 필름카메라 하나쯤은 들어줘야 하는걸까요

아니나 다를까 줄거리를 슬쩍보니 예전 첫사랑에게 편지를 받은 여주인공이 그 시절의 기억을 찾아 떠올린다는 내용이라는데.. 바로 이 영화가 내키지 않더군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영화에 대고 넘 뭐라하는것 같지만, 일단 현재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에 느꼈던 애틋했던 사랑을 놓친, 그래서 아쉬운, 그런 스토리가 맘에 안들거든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런 이야기, 이제 너무 지겹다고요. ㅠ-  헤테로들에게 공감받거나, 이해받기 위한듯한 슬픈 계몽용 스토리 말고 실제 동성애자들을 위한 신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왜 없는걸까요? 

그래서 오늘 이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무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이후 20년 후 설정으로 만들어진 <And A Wedding>이란 단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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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혼주가 되어 나타난 앤디 맥도웰과 휴그랜트

영국엔 ‘레드노즈데이’라고 전국민의 기부를 독려하는 날이 있고 이날 기부한 사람들은 코에 빨간코를 붙임으로써 기부사실을 알린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바로 그 의미있는 ‘레드노즈데이’를 맞아, 드라마 내내 기부 독려를 하는 메세지를 띄우며 무려 휴그랜트의 딸이 결혼한단 설정으로 만든 15분짜리 단편입니다. 그리고 그 딸은 여성 파트너와 결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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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레이더>에서 무려 안젤리나 졸리에 이어 라라 크로프트를 꿰찬 알리시아 비칸데르(왼쪽)과 <신데렐라>와 <맘마미아2>로 이름을 알린(그전엔 <다운튼 애비>)의 릴리 제임스 

내용은 단순합니다. 결혼식이 벌어지는 하루를 보여주는건데요. 특히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 로코물에 빠질수 없는 미스터 빈이 신부로 등장해서 하는 주례사가 아주 긴장감 넘칩니다. 

익숙하게 자기도 모르게 허즈번드 앤 와이프나, 맨 앤 우먼을 쓰다가 그 위기를 슬쩍슬쩍 넘어가는 능청스런 연기에 어느새 키득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축하연에서 노래하는 가수는 커밍아웃하고 시상식에서 자기 찬 남자에게 한방 먹인 샘 스미스라는..

그래서 이 단편을 어찌보라는거냐!라고 하신다면 아쉽게도 영국 BBC의 온라인 서비스인 iplayer는 영국에서만 접속이 됩니다. 전 그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풀버전을 보았으나 이미 삭제완료;; 하지만 그래도 꼭 봐야겠다면.. 어느 은혜로운 양인께서 이 드라마에 대한 리액션 비디오를 남겼다는 ㅋ 작은 화면이지만 볼만합니다. 딴말이지만 리액션하는 언니도 호감이신.. 쿨럭;;;

여하튼 이 작품에선 퀴어의 삶이나 스토리를, 실패하거나 지나간뒤 애환을 남긴 슬픈 스토리로 소비시키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기뻐하며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죠. 한국에선 대체 언제쯤 이런 스토리가 나오게 될까요? 다음 스텝 좀 밟읍시다. 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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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9>

어느새 꽃피는 봄이 왔구나.

몇 주 전, 삼천포라는 조그마한 시골 해안도시에 사는, 친구 집들이 겸 기분전환 겸 갔다가 벚꽃보러 온, 넘쳐나는 연인들과 가족들 틈에서, 한없이 외로워져 왔다. 그녀도 어디선가 이렇게 사랑하는 연인과 즐거워하며 환하게 웃고 있을 생각을 하니, 이 광활한 우주속에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날 그렇게 미워하니, 얼른 돌아와

언닌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자리 그대로 있어~~”

받지않는 전화, 읽고씹어버리는 톡, 톡이 안되니까  문자로 남겨놓는 메시지,

그녀는. 필사적으로 굴었다.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역시 면책사유는 잘 만들어 놓으시는군요..

씁쓸해졌다. 내가 힘들어 손을 뻗었을 땐 외면해놓구선. 윗사람이 챙기라고 시키니까 이러는 거에요, 그냥 차갑게 구는 게 더 나았는데. 실망입니다.

휴우.

우리는 그냥, 어느정도 불편함 가진 동료로 남았어야 했는데. 어디서 멈춰야 했을까..

성탄절을 앞두고 고해성사를 할 때에 칸막이 넘어 신부님이 나를 알아보실텐데도 나는 감히 고백했다.

“감사하게도, 지금껏 기다렸던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해주셔서, 이 은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그사람과 노느라 자주 미사도 빠지고 일도 소홀히하고 의무도 게을리한 것 용서해주세요-”

그랬다. 워크숍을 다녀온 뒤 어느 주말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고, 넘쳐나는 감상을 그녀에게 건넸다가, 마침 브런치를 먹을 참인데 함께 와서 먹자는 그녀의 제안을 시작으로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더랬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점심과 저녁을 함께먹고, 한창 레몬소주와 깔라만시에 빠져있던 그녀에 맞춰서 1주일에 3~4일은 술을 마셨던 거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집에서 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애정문제로 힘들었던 것 같다. 항상 술을 필요로 했고, 마침 비슷하게 마시고 웃고 떠들고 취하는, 내가 딱 좋은 술친구였으리라. 지금생각해보면. 그녀는 전형적인 일반녀인데.. 방탕해진 나를 염려해 충고해주던 동료와 가족들,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와 어울렸다. 술취해서 늘어놓는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은 남자를 혐오한다 했었고, 술취해서 나에게 해대는 뽀뽀나 스킨십은 내가 오해하기 딱 좋았다. 일반녀들도 곧잘 그런다고, 백퍼 스트레잇이니 넘어가지말라고, 만류하던 이쪽지인들도, 그녀의 언행들, 나와 맞닥뜨려진 상황들이, 혹시나 어쩜, 고백해보라고 할정도였으니까. 내맘, 같은 줄 알았다.

크리스마스이브, 함께 파티해요-

성탄미사, 업무상 저녁약속도 다 깨고 그녀에게 제안을 했었는데 거절하지 않고 기쁘게 그날을 기다리는 그녀였다.

그녀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이브. 백화점에 가 쇼핑을 하며 서로에게 선물을 사주고, 영화를 보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장을 보고, 그날은 여느 연인같은 데이트를 했던 거 같다. 그날 먹은 와인, 샴페인, 소주,,, 자신에게 참 특별한 샴페인, 소중한 사람이랑 먹으려고 아껴뒀던 거, 이제 따노라고, 그녀말에 한껏 기운을 얻어, 나는, 그날밤  내 일생에 처음, 내 성정체성을 고백하며, 여차하면 직장을 포기한다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해 전했다. 내가 좋아했던 여자들, 사귀었던 남자들, 행복하지 않았던 시간들, 말하면서도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생 벽장일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가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내 얘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 그사람이라는 것도, 모두가 가슴이 벅차면서도 두려웠다. 그녀는 잠자코 모든 걸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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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성소수자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ㅇ오늘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일한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내 옆에 앉은 과장이 갑자기 킥킥거리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뭐야.  얼마나 급하게 자료를 제출했으면 자기네 기업명도 제대로 못써서냈네. ‘XXX 게이’가 뭐야...ㅋㅋㅋ“(부서원 중 몇명은 웃음…) 아마도. ‘XXX 데이’라는 회사인데 오타를 냈나부다.

괜히 나는 불편해진다. 우리 부서원 중에 내가 성소수자라는 걸 아는 친한 동료가 있는데. 내가 불편한 건  둘째치고, 그 동료가 나 때문에 마음껏 ‘XXX 게이’ 라는 그 회사의 오타를 함께 웃을 수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그 오타가 뭐가 웃겨요! 내가 게이인데,,, 내 정체성이 웃겨요?” 라고 큰소리 치고 좌중을 썰렁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상상을 했다.

그냥 상상만 했다.

ㅇ 몇 달 전에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이 역시 보수적인 우리 조직에서 일어난 일이다. 부서원이 모여서 간식을 먹는 시간 중에 나온 이야긴데.  미국 지사에서 들어온 차장이 갑자기 피자를 먹다가 말한다.  “내가 미국 지사에서 일할 때, 우리팀 매니저가 한국 도미노 피자 광고를 보고 2명의 게이가 나오는 광고라고 하더라. 걔들 눈에는 송중기랑 박보검이 그런 사이로 보였나봐.” 뭔가 박보검이 끼를 부리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부서원들은 웃었다. 나만 얼굴이 벌게졌다.

난 왜 그랬을까? 왜 얼굴이 벌게지고… 고개를 들지 못했을까. 속상했다. (물론 부서원 중 한명이 내 정체성을 알고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일반인인척 하지도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더 그런것도 있지만.)

일상 중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렇게 성소수자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정색하고 그건 차별적인 발언입니다.  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언젠가는 정말 말하고 싶다. 성소수자를그렇게  웃음거리로 삼지 말아 달라고.

ㅇ 그러면서, 우리는 진보한다.

소수자 배제 인식 연도별 추이

최근에 나온 뉴스였다. 한국인들 중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론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고 한다. 시골보다는 도시가, 저학력자보다는 고학력자들이,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서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인식이 컸다고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8년 9~10월 국내 만 19~69세 성인 8000명을 조사해 17일 공개한 ‘2018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선 한국인들의 소수자 포용 경향이 전반적으로 강해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원문보기

ㅇ 마지막 에피소드.

지난 주말에 남동생 부부네 신혼집에 초청을 받아 나와 내 파트너가 함께 갔더랬다. 남동생 와이프는 정말로… 우리 커플을 너무 스스럼없이 대했다. 사실…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남동생 와이프에게 물었다. “주변 지인 중에 성소수자가 한 명도 없어?”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네. 한명도 없어요”.

그런데 말이다. 

정말 한 명도 없을까! 

ㅋㅋㅋ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아아~ 말 조심해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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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의미, 따뜻한 죽음, 췌장

#아무말대잔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를 보고

 

너에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야?

남자애가 묻는다.

남은 수명을 선고받은 여자애가 대답한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해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되고 싫어하게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서로 껴안고, 스쳐 엇갈리고 그런 거.

혼자있으면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없어

그런거야.  좋아하면서도 밉고

즐거우면서도 우울하고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들과 타인과의 관계들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아.


 

오키나와 여행에서 그녀와 보려고 담아갔던

영화였는데.  끝까지 보아내는 건

봄날같은 주말, 나혼자다.

시한부선고를 받은 청춘영화라, 뻔하겠구나

싶어서 게다가 표현이 너무 거칠어서 안보려 했는데. 췌장이 안 좋은 그녀가 더군다나 일본영화를 좋아해서 선택했던 .

반전이 있다. 더 펑펑울었던 이유.

낯간지럽게도 일본 드라마는 이런 표현을 잘도 한다.(보고나니 내가 좋아하는 장르네.)

누군가가 췌장을 먹으면 그 사람 안에서 영혼이 계속살 수 있다고, 전설같이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표현인듯하다. 영화를 보면 사실 더 짠한 고백의 표현이라는 걸 알테지만 볼사람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언급.

예전에 오래된 일드 뷰티풀라이프던가? 거기서도 그랬다. 누군가를 마음 속에 담아 그사람을 기억하는 한, 그사람은 영원히 함께 살아 있는 거라고.. 일본의 정서는 그런 것 같다. 그런점이 내가 일본 드라마나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소설 <애도하는 사람>도 참고.)

2005년 2월 22일은 내가 이쪽에 와서 첫 고백을 한 날이었고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날이라 더 잊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날 내또래 여배우 이은주가 죽었다. 내 20대를 다바쳐 고백했던 그녀는 더이상 떠올리지 않아도 이은주는 기일에 맞춰 이렇게도 안까먹고 그녀를 기억하는 걸 보면 그녀는 죽은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팬도 아니었고 아무상관도 없는 내가 하물며 이럴진대, 아, 내가 죽어서도 누군가 이렇게 내 기일을 잊지않고 떠올려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뭔가 죽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달까.

 

내가 학창시절 좋아했던, 동경했었던 국어선생님은

서른아홉에 다섯살난 딸을 남겨두고

천직이라던 그 업도 내려놓고

죽었다.

췌장암. 그때 처음 들었던 췌장. 이름부터가 단념케하는 어감. 췌- 장이라니.

췌장은 소화와 에너지 생산을 조절하는, 그래서 췌장이 없으면 사람은 에너지를 얻지 못해 죽는다 한다.(영화에서)

그 췌장, 왜하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기가 약한가. (술담배를 끊으라고요오오~~~ㅠ ㅠ)

그녀도 종양이 있어 매년 검진을 받는다 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입이 절로 돼서,

더 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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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면서도 밉고 서운하고

즐거우면서도 우울하고 화가나고

이번주말 내내 복잡다양한 마음이라 동굴을 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정리가 된다.

아, 내가 살아있는 거구나,

이 복잡하고 속시끄러운 마음 갖게 해준 자들이

모두 꼴보기 싫었는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감사한 존재들이구나,  깨닫는다.

많은 걸 바라지말자.  어쨌거나 죽지 않고 살아

이렇게 곁에서 내 일상을 만들어주는 그사람이

보물이니까.

아프지말자. 안아팠으면 좋겠다.

살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