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6회에 등장하는 Asma Khan 은 영국 런던의 인디안 레스토랑 ‘다질링 익스프레스(Darjeeling Express)’ 의 오너 셰프이다. 성차별이 심하기로 유명한 인도의 둘째딸로 태어나 영국에서 법학공부를 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녀의 집안은 무사 계급으로 지금은 망고 농장을 하는 부유층이다) 그녀의 인생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준 것은 바로 집밥 인도 료리! 아즈마는 엄마에게서 전수받은 인도 집밥요리로 런던시민들을 감동시키고 마침내 영국의 황교익 페이 매쉴러 여사의 찬사를 받게 되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셰프의 테이블은 에미상 후보에 오른 수작이다. 그중에서도 아즈마 칸의 이야기는 여성 뿐만 아니라 행복한 일을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전에 박막례 할머니가 유툽에서 말씀하시길…. 집에서 요리는 다 여자가 하는데 왜 좋은 레스토랑의 셰프는 다 남자여? 칸이 말한다. ‘(집밥을 요리하는) 그녀들의 일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이 싫었어요.’
칸은 런던에서 요리에 소질있는 남아시아 여성(대부분 아기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음) 들을 발굴하여 여자로만 구성된 키친을 완성한다. 왜 유명 레스토랑의 키친은 모두 남자로만 구성되어 있을까, 여자 셰프란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흔히들 주방에서 불을 다루는 일은 위험하고 어려우니까 혹은 이래저래 힘이 많이 필요하니까 그렇지 않을까 라고 추측한다. (허나 조선시대부터 어머니들은 가마솥을 다루었고….) 그것은 편견이다.
이 에피의 또다른 흥미로운 점 한가지는, 칸의 레스토랑에 대박을 안겨준 인물 역시 여성이라는 점이다. 인도에서 태어난 페이 매쉴러는 Evening Standard 에 40년을 기고한 유명 비평가로서 70세 생일턱으로 고향의 음식을 맛보려 했고 다질링 익스프레스의 메뉴가 바로 그녀가 찾던 음식이었던 것.
아즈마 칸은 노력하는 자에게 성공과 운이 따른다 라는 흔한 교훈을 들먹이는 대신 아버지가 말씀하신 인도의 철학을 들려준다.
태어나는 것은 우연이다. 저기에 태어날 수도 있고 여기에 태어날 수도 있다. 변화를 만드는 데 인생을 바쳐라. 특권을 가진 위치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다른 이들을 끌어올리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가면 꼭 가봐야겠다. ㅎㅎ
자리는 택도 없겠지만 유리창 안으로 열심히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셰프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일 것 같다.
어제 트위터에는 때아닌 신봉선 덕후들의 대트윗 행진이 이어졌는데요. 신봉선이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보여준 어떤 포즈 덕분에 아주 오랫만에 광고를 찍은것을 자축하는거였습니다. 아마도 짤방으로 보신 분들이 꽤 될듯한데 줄여서 ‘상못정’이라고 불리는 ‘상상도 못한 정체’ 인데요.
MBC <복면가왕>에 양동근이 나왔던 회차에서 신봉선이 상상도 못한 정체라는 자막과 함께 보여준 포즈인데 이 포즈가 기괴해(?) 다양한 짤방을 탄생시켰죠. 그리고 어제 그동안 짤방으로만 돌던 이 이미지를 적극활용한 GS25의 무려 화이트데이 신봉선스페셜 에디션과 광고가 등장하게 된건데요.
신봉선 화이트데이 에디션 ‘상상도 못한 캔디’
흥미로운건 GS25가 이 광고의 흐름을 철저하게,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신봉선의 생각과 태도, 기분을 따라가며 구성한단겁니다. 실제 신봉선이 이렇게 느꼈겠지라는 지점을 진짜 신봉선이 나와서 보여주니 뭔가 친밀감도 느껴지고, 예상이 맞은것 같은 기분에 우쭐하며 내가 그럴줄 알았어! 같은 쾌감도 생기고요. 물론 평상시 내가 즐기고, 알던 은밀한(?) 밈(meme)을 주류에서 픽업해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우쭐함도 있고요.
*밈(meme)이란, 비유전적 문화유전자란 뜻으로 1976년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 등장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짤방의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유전되지 않았어도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어 의미를 획득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기호가 된다는 뜻인데 온라인 커뮤들 은근 지식미 뿜뿜한달까.
그리곤 새삼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간혹 온갖 SNS활동을 폄하하거나, 그 활동을 통해 얻게된 ‘가짜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은 구세대의 오만일뿐이라는 생각이요.
사실 관계라는건 여러 경로를 통해 발생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 등 각각 가족과, 학교나 학원, 취미모임, 직장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우리에겐 이제 이런 커뮤니티말고도 온 세상을 연결하는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레이어가 존재한다는거죠. 사실 거창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관계의 밀도나 깊이가 얕아졌다고 한탄하기도 하지만 그대신 넓어졌고, 모든 정체성이 완벽하게 겹쳐야만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면 이젠 작은 관심사 하나로도 관계가 형성되는 세상을 살뿐입니다. 훨씬 수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거죠.
저는 신봉선을 매우 재능있는 개그우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유세윤이나 장동민보다는 좋아했죠. 하지만 왠일인지 뻔질나게 등장하는 유세윤, 장동민보다 훨씬 보기 어려웠죠. 그런데 어느날부터 신봉선이 겨우 패널로만 등장하면서도 그 특유의 패기어린 목소리라던가(누군가에겐 드세고 억센), 다소 잊고 있던 연기력과 재치를 선보이는 것을 보고 응원을 시작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봉선이 더 이상 주요한 게스트나 패널, 고정을 얻지 못한채 겨우 얻은 그 패널 자리에서 보여준 포즈로 다시 이렇게 주목받고, 수익화를 해내는 모습에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아주 소소하게, 무시당하던 작은 밈과 그 밈을 둘러싼 그 얄팍하고 미약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덕이라는 것이 기분좋게 느껴지더군요. 온라인의 이 미약한 관계들, 권력들이 그나마 손을 뻗을 수 있고, 무언가를 구체화시키는 것을 보며 퍼거슨처럼 이미 오프라인에서 잔뜩 권력과 사유재산을 일군 중장년의 백인 늙은이가 온라인을 폄하하는 말이 얼마나 권력적인 일인줄 알게 됐고요. 이 미약하고 실체없다고 무시당하던 온라인 커뮤니티는 광화문에 무려 10만이 넘는 여성들을 불러내 불법몰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죠.
그래서 오늘은 신봉선이 등장하는, 정말 웃긴! 온라인 클립들을 소개하며 마칠까 합니다. 송은이와 김숙님이 창업한 비보TV의 활약상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데요. 이 중년을 바라보는 여성 개그우먼들이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주말 예능의 고정석 하나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은 대안이 되줄수 밖에 없다는걸 알기에, 오랫만에 이 온라인 마이너리티가 이룬 성과에 자축의 박수를 보내봅니다.
단순하게는 엄숙, 근엄, 진지의 줄임말인데요. 여기에 실은 조롱의 뉘앙스가 섞여있습니다. 다만, ‘맘충’이나 ‘한남’ 같은, 특정 대상을 지정해 비하하고 혐오하는 것과 달리 엄숙, 근엄, 진지라는 ‘태도’자체를 비하하는 단어라 성격이 좀 다른데요.
진지한 태도를 비웃다니 한심하고 무례하네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 굳이 이런 줄임말을 만들어 비웃는지를 생각해보면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얼마전 가수 비는 TV프로그램에 나와 굶주린 호랑이상을 찾고 있다는 말을 했다더군요. 아시다시피 비는 자주 자신이 극복한 가난과 근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노력했다 외에는 남들에게는 피상적인 자기경험일뿐이죠. 비가 한 노력 자체를 우습게보는게 아니라 그것의 결과와 성취외에 다른 이들에게 정말 다가갈 수 있는 경험담 혹은 프로세스냐는 다르단 얘기입니다.
굶주린 호랑이상이란 단어를 사용한 기사댓글엔 바로 이런 댓글들이 붙습니다. “쌍팔년도 소리하고 있네.” 맞는 얘깁니다. 지금 아무리 힘든 청년세대라도 70~80년대 청년만큼 가난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보리고개를 겪진 않겠죠. 즉, 지금의 40대 이상 세대가 개발도상국 출신이라면 그 밑으로는 준선진국에서 태어났으니까요.
그런 비는 자연스럽게 이런 영화를 선택했고 최근 있던 프리미엄 시사에서는 4~50년전 개봉했다면 성공했을수도..라는 관람평이 등장했죠. 쿨럭;; 포스터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한마디로 엄근진은 개도국적 태도인데, 농경사회를 이어받은 산업사회의 역군으로 자란 이들에겐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게 기존 질서를 읊조리고, 복기하고, 따르는게 성공의 기회를 넓혀주고 쉽게 기성사회에 편입하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대에겐 그 기성사회에 편입해도 본인이 받을게 별로 없는 상황이라 이것을 비웃기로 결심한거죠. (동정할거면 돈으로 줘요란 초히트어를 남긴채..)
이런 엄근진은 각종 영화나 드라마 속 연기의 세대차도 느끼게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떠들썩했던 ‘킹덤’을 봤는데요. 의녀역할을 맡은 배두나의 연기톤이 튄다는 리뷰들을 먼저 본뒤라 어디보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경우엔 연기가 튀네마네를 떠나 종합적으로 지루해지는 연기를 하는 배우는 주지훈과 류승룡이었습니다. 특히 류승룡이 그랬는데요.
할배는 그냥 배달의 민족 광고할때랑, 예전예전에 게이로 열연하던 ‘개인의 취향’이랑 ‘별순검’ 정도 나왔을때가 리즈시절인것 같아요.
류승룡이 맡은 캐릭터는 늘 보던, 바로 그, 외척세력의 수장으로, 중전은 딸이고, 인정사정 볼것없이 권력을 유지하는 사악한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이 뻔하디 뻔한 캐릭터를 뻔하디 뻔한 정통 연기로 소화합니다. 이미 너덜너덜해질만큼 익숙한 세계관이자 악역이, 예상한 대사를 예상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중얼대는데 지루해 죽는줄 알았어요.
그에 반해 의녀 역할을 맡은 배두나는 이 진부하고 식상한 세계관을 가진 극에서, 넷플릭스라는 최신식 플랫폼과 그 플랫폼에 대해 다른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시청자(넷플릭스는 국내 OTT 중 가장 20대 비율이 높은 서비스입니다, 무려 과반 이상) 을 염두에둔 적극적인 연기를 펼칩니다.
언제나 주체적으로, 대상과 본인이 역할이 어떤 맥락적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려 애쓰며 신식연기하시는 우리 언니
배두나는 조선시대 배경으로, 여성의 인권이나 역할이 애 낳는 기계 정도로 머문 극안에서(이런 여성 캐릭터 한계를 극복하는건 사실 작가가 했어야 하는데..) 어떻게든 다른 톤을 불어넣으려 했죠. 심지어 좀비를 보고 놀라는, 수동적으로 처리됐을법한 장면에서도 표정에 ‘용기’를 집어넣어 횃불을 들고 벌떡 일어서는 연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 다음 장면은 극본상 아이구 놀래라 좀비가 나왔어요라고 말하며 달려나오죠.. ㅠ-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배두나의 연기에 더 지적을 하고, 류승룡은 역시 내지는 그냥 안물안궁 정도인데요.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톤을 일관되게 혹은 씬에 맞게 조율하지 못한건 연출의 책임입니다. 배두나의 연기도 전체 밸런스를 깼다면 조정됐어야 하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조율하고 일관성과 독자성을 잘 주라고 연출이 있는건데 이놈의 연출은 그저 제작비 200억으로 좀비 날뛰는거 찍는거에 빠져서는…
넘 엄숙, 근엄, 진지하게 글을 쓴것 같아 재빨리 마무리하자면.. 쿨럭;; 엄근진이 유용하게 작동하려면 그 엄근진의 실현주체라도 바꾸던가(늙다리 늘 보는 50대 중년 아재 말고 20대 여성), 세계관이라도 바꾸던가(내가 이렇게 성공했으니 너도 똑같이 하면 될거야란 나이브한 생각과 다른) 해야한단 겁니다. 둘다 올드하기 그지없는 세계관도, 태도를 보며 누가 놀리고 싶지 않겠습니까.
아 원래 비교대상으로 ‘슈퍼걸’ 이야기도 하려고 했는데;; 일단 넘어가고, 그러다 ‘겨울왕국 시즌2’ 예고편을 보게 됐는데요. 아 이거슨 선진국의 스멜… 말해무엇 직접 보시죠. 오늘은 그저 이 예고편으로 마무리합니다.
몇 일 전의 일이다. 내가 가끔 들어가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짙은 충격을 먹었었다. -_- 그 글은 이랬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동성 애인을 만나는) 유부녀들은 남녀공용 화장실로 느껴진다. 남자여자 가서 다 쌀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을 만나서 힘들다고 하는 이들도) 따지고 보면 범죄자인데 뭘 잘했다고….중략…. 둘 다 진심 그냥 쓰레기들 같다
사실. 이 글에서 두가지 문제점을 느꼈다. 첫째. 여성비하.
여자들만 있다는 이 카페에서 남자들이 사정할 때 ‘싼다’라는 속어를 이용하여, 소위 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는 여자들을 지칭하여 ‘공중화장실’ 이라는 혐오적인 표현을 생산하여 쓰는데도… 그 표현을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었다. 뭐 어떤 사람은.. 저걸 정말 ‘똥오줌’ 같이 생리적 배설을 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 화장실 맞네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이건 뭐라고 해야할까.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은.. 저 표현이 여성 비하적이라는 지적 보다는…
“공용 화장실에서 빵 터졌다” , “(공용 화장실) 진짜 지저분해”, “저속한 사람에게 저속한 표현을 쓴 것일 뿐” “(저런)유부녀는 쓰레기” 이런 성격이 글이 정말 많이 달렸었다.
좀 심각하다 생각 되어 따로 이 글이 엄연히 여성 비하 적인 표현이라서 쓰면 안된다는 글을 남겼더니만.
“숲을 봐야지 왜 나무를 보냐”,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을 보냐” “성인지 감수성, 젠더.. 이런말 하는 사람하고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지”
등의 댓글이 달렸던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 것이 그냥 손가락이 아니라 f**k you하는 손가락이었기 때문에 그 손가락을 지적했던 것인데. 아마도 글쓴이는… 그걸 잘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아니면 저 표현… 싼다는 저 표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맥락을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잘못한 사람은 좀 맞아야 해… 이런 생각 아니었을까 싶다. 잘못한 것이 중요한데… 그 사람을 때리던… 아니면 안전하게 포박하여 가두던… 그게 뭐가 중요하냐.. 저새끼가 범죄자인데… 이런 생각?
우리 LGBT에서도 여성 혐오가 버젓이 존재한다. 우리들은 어렸을때부터 그런 것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서,, 그것이 뭐가 문제인지 도통 모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남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지 않겠나.
그리고 저 글에서 느꼈던 두번째 문제점은 바람핀 사람들을 범죄자라고 지칭한거다.
“엄연히 범죄자”다 라고 하였다. 저 글쓴분이.. 뭔가 “간통죄가 형벌일 때”를 기억하며… 그 법이 폐지 된 걸 모르고 저런 말을 썼을까? 아니면 우리 대한민국 대다수 사람들에게 여전히 바람피는 것은 ‘범죄’로 인식되어 있어서… 엄연히 범죄자라는 인식으로 이어진 것인가… 사실 엄밀히 말하면 범죄자가 아닌데 말이다. ㅋㅋㅋ(범죄자는 법률상의 범법 행위를 저지른 자를 지칭한다)
바람 피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지만, 애정사는 엄연한 “개인의 영역”으로 남의 애정사에 지나친 관심은 갖지 않는 것이 맞다. 내 잣대로 남을 판단하면 그 사람이 “범죄자”가 되고 “공중화장실”이 되고 만다. 우리 민족은 너무 남의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경항이 있다. 그게 싫어서.. 명절에 집에 안가는 젊은 사람들 많지 않더냐? 의식적으로 개인적인 것을 서로 존중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글 두 개 링크해 둔다. LGBT에서도 만연해 있는 여성 혐오에 대한 고찰이 담긴 글들이다.
네, 드라마말입니다. 보고계시나요? <남자친구>는 박보검이 동화호텔 신입사원으로(a.k.a. 청포도), 유력 정치인의 딸이자 재벌가와의 이혼경력이 있는 차수현 동화호텔 대표, 송혜교와 멜로를 선보이는 드라마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현빈이 투자회사 대표로, 박신혜가 스페인 유스호스텔 주인으로 나오며 AR기반 롤 플레잉 게임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여기에 게임 자동로그인 오류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각 드라마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아래 링크들로 대신하고..
제가 인상깊게 본건 드라마보다 연기력 비판 혹은 칭찬에 관한 댓글들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박보검이 너무 평면적인 연기를 펼친단 비판을 받았고, 성인 남자가 왜 저런 말투와 행동을 하냔 댓글도 있더군요. 반면 <알함브라..>에서는 현빈이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났다며 칭찬을 듣고 박신혜는 왜 매번 신데렐라 역할이냐며 지겹다는 댓글이 상당수 보입니다.
그야말로 포도포도합니다.우리 청포도.. ㅠ-
<남자친구>는 줄거리에서 보듯이 그동안 온갖 20대 여배우들이 했던 밝고, 순수하며 건강한 캔디 캐릭터를 박보검이 연기하는데 그 전형성으로 인해 ‘미러링’ 드라마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보검의 이 연기논란 조차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배우들이, 그 빈약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큰아버지뻘 되는 상대 남자배우에게 혀짧은 소리나, 반대로 지나치게 당당하고 맑은 목소리로 실’땅’님이나 이사님을 외쳐야했는지, 그로인해 얼마나 연기력 논란에 휘말려야 했는지를 보여주는데요. 작가가 얼마나 의도했는진 모르겠지만 이 간단한 스위치만으로도 <남자친구>는 매우 전복적인 텍스트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바람 싸대기를 맞으면서도 저 웃는것 좀 보세요.
하지만 <알함브라..>속 유진우 대표, 현빈에겐 칭찬이 쏟아집니다. 딱 맞는 역할을 맡았다고. 대체 현빈에게 ‘딱 맞는 역할’이란 뭘까요?
투자회사 대표로 자기욕망에 충실한채, 그 욕망이 일으키는 온갖 소동속을 헤쳐나가는, 각종 설정을 충분히 부여받아 그에 맞게 소리도 지르고, 안타까움도 내비추고 멋진 액션까지 해내는.. 현빈은 이런 맥락하에 역시 현빈이란 칭찬을 듣습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을 맡은 박신혜는 드라마틱한 설정이라 할만한게 없는 일상 속에서 코미디와, 멜로 연기를 모두 디테일하고도 안정적으로 보여주지만 칭찬은 예쁘다 정도가다입니다.
이 영민하고 담백해보이는 배우에겐 매번 신데렐라 역할이냐며 지겹다는 댓글이 달리지만 왜 100조짜리 사업을 눈앞에 두고 강렬히 욕망하는 것과 동시에 이것을 잃을까 우울하기까지한 사업가같은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멋있지? 정장입고 이렇게 칼싸움까지 하니까?
이어서 <알함브라..>에서 현빈은 자기 욕망만 집요하게 추구하며, 상대를 속이거나, 불법행위도 서슴치 않는 냉정한 투자회사 대표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3회가 끝나자 현빈이 그의 엑스와이프와 그녀가 가진 아이를 위해 죽은(심지어 자기때문에 죽은) 엑스와이프의 현재 남편인 차대표를 구하기 위해 게임속으로 들어갈거란 댓글을 달더군요.
대체 현빈의 어떤 캐릭터적 면모가 갑자기 그런 구원자나 정의로운 역할을 수행할거란 기대를 갖게 하는지 신기했습니다. 냉혹하고 이기적인 남성캐릭터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실은 현실적이고, 능력있고, 자기가 후려치고 있는 여자주인공에게 나중에 나 싫어할까봐 걱정된단 멘트를 날리는 로맨티스트로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는걸까. 대체 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게 맞는지 의구심이들더군요. (알고보면 내 눈에도 스마트렌즈가..?!)
내가 한껏 이기적으로 굴어도 사람들은 날 멋지게 보지. 훗-
사실 <알함브라..>의 송재정 작가는 이전에도 ‘남캐몰빵’이란 전문용어(?)를 던질 수밖에 없는 드라마들을 써왔습니다. <나인>, <인형왕후의 남자>, <삼총사>, <W> 그리고 <알함브라..>까지. 가장 최근작인<W>는 후반부에서 한효주가 분한 여주인공을 왜 수동적이고 하는 역할 없이 밍기적거리게 하다 결국 주연이라고 하기 어려운 분량과 함께 묻어버리다시피 하죠. 그리고 <알함브라..>에서도 적어도 4회까지는 박신혜도 한효주와 큰 차이가 없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게임속 캐릭터인 엠마로서,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줄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미모의 악사로 현빈의 마음을 뺐는 캐릭터란것 외엔 정체성과 역할이 제한되어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영혼이라면 오토바이를 타줘야..
이렇게 소재와 스토리로는 신선한 <알함브라..>지만 볼수록 점점 이 드라마가 가진 젠더적 지향과 표현, 역할상 한계로 인해 답답하단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그에 비해 <남자친구>는 청포도가 감당이 안될때도 있지만(마치 어린시절 <전설의 고향> 볼때처럼 애인 어깨뒤로 숨습니다) 젠더 미러링이란게 이렇게 간단히 전복적 텍스트로, 사회성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여하튼 앞으로 두 드라마에서 어떤 구조나 스토리, 캐릭터를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아주 단순하고도 쉽게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할수 있는 장치가 ‘젠더 역전’이란 것은 알겠더군요. 제가 아는걸 작가님들이 모를리 없을테니 그저 더 많은 드라마 작가들과 다른 창작자분들이 아는 바를 실현해주시길 바랄뿐입니다. (왠지 너무 어렵다면 일단 남자배우라고 생각하고 쓰시고 다 쓴뒤 그 캐릭터 성별을 여자로만 바꾸시면됩니다. 참 쉽죠?!)
정말입니다. 원래 하던대로 쓰고 남녀 성별만 바꾸면 됩니다!
그래서 그 새롭다는 칭찬 일색이던 <W>에서 여주인공이 모든 세계관과 사건을 촉발시키는 웹툰 작가의’딸’로 등장하고, <알함브라..>에선 이 게임을 만들고 사건을 촉발시킨 프로그래머의 ‘누나’고 ‘보호자’라 얼떨결에 불로소득으로, 모든 키를 쥐게 된다는 설정류가 더 이상 당연한듯 등장하지 않았음합니다. 더불어 이런 캐릭터들의 등장과 젠더적 활용을 통해 새롭다는 표현 안에 구조나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 ‘젠더’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