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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11 “조금은 시큰둥한 커밍아웃을 꿈꾸며”

그러니까, 아이돌 컴피티션이라면 꽤 본 제가, 유일하게 예고편보고 보이콧 하던 프로그램이 <아이돌 학교>였습니다. 그 말해무엇한 대만/일본/한국에서만 워킹하는 소녀소녀한 표상을 기숙학교 컨셉으로 집어넣은 예고편을 보곤 정말 엠넷 으악이네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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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테니스스커트와 마린복 타입의 포스터라니..

그래서 얼마전 뉴스에 <아이돌 학교> 출신 솜혜인 커밍아웃, 동성연애 중 같은 기사가 쏟아졌을때 처음엔 뭐야 듣보에 아이돌학교라니 안물안궁하고 싶었고, 트위터에서 학폭 가해자 관련 이슈가 있었던 친구라길래 딱히 언급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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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하튼 이렇게 출연을 했었다고 하는데 제 타입은 그다지.. (누가 물어봤?!)

아 물론 동성애자는 정말 흔해 빠진 존재라, 학폭 가해자중에 동성애자가 있을리 없어! 같은 소리를 하려는건 아닌데요. 굳이 긍정적으로 언급되지 않을만한 이슈라 도덕성 싸움에서 완전히 벗어날수 없는 약자의 입장에서 그냥 조용히 입닥치고 있었다란게 더 맞는 표현일거 같아요. 다소 비겁하지만 그랬습니다.

그런데.. 기사댓글을 보니 가만 있기 힘들더군요. 솜혜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그야말로 가관이었고, 특히 제 눈에 쏘옥 들어온건 “왜 꼭 동성애자들은 지들끼리 잘 살면 되지 이렇게 인정을 못받아 안달이냐” 였습니다. 그래서 솜혜인 인스타 캡쳐와 커밍아웃으로 받아들여진 첫 인스타 포스트를 찾아봤는데요. 깜짝놀랐어요.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요. ‘나의 예쁜 그녀’란 이름으로 올라온 사진 2장이 전부였고, 그 뒤에 사람들이 물어보니 동성연애(;;)하고 있다고 본인 인스타에 밝힌게 다입니다.

정말 이상했습니다. 솜혜인이 어디 프레스홀을 잡아서 공식 기자회견을 한것도 아니고, 연애한다며 꽁냥꽁냥 사진 한장 올린게 어떤 지점에서 인정을 원하는건지 도무지 알수 없었고요. 그럼 그 수많은 헤테로, 이성애자들이 인스타에 올리고 있는건 뭐지? 그 모든 포스트들이 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사랑에 행여나 방해를 놓을까, 둘의 사귐에 일일드라마극 반대/찬성 의견이 엇갈릴까 노심초사 하면서 올리는거였나요? 인정 받으려고?

왜 이성애자들은 자기들이 동성애자들의 연애에 대해 반대/찬성 혹은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거야 말로 연쇄살인범이나 혐오범죄자들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난다는 ‘비대한 자아’ 아닌지, 이 비대한 자아들은 어쩌자고 본인이 실제로 얼굴한번 본적 없는 동성애자들의 연애사를 인정할지 말지를 요구받는단 착각에 빠져든건지 정말 신기했고요.

그 뒤 솜혜인의 인스타를 보니 혹시나 불안했던 마음과 달리 시원하달까. 니들이 뭐라하든 난 내 갈길 갈거고 계속 깝치면 고소각이다.라는 내용(물론 표현은 이렇지 않았지만)으로 아주 깔끔한 마무리를 하는걸 보며 역시 밀레니얼은 다르군! 이란 생각도 들고 왠지 안심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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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마지막을 법적대응으로 상큼하고 깔끔하게!!

사실 동성연애란 표현도 동성애를 성적인 의미로만 포커싱/왜곡하니 쓰지말자가 된거지 이성연애, 동성연애가 어떤 순간의 행위를 지칭하는덴 더 맞는거 아닌가도 싶고요. 연애한다는 표현은 다들 흔히 쓰잖아요. 근데 왜 거기 동성이 붙으면 헐쓰- 안돼!가 되야하는건지..

여하튼 이런 대응까지 보고나니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커밍아웃을 해야할 동성애자들에게 커밍아웃의 개념을 ‘은근히’ 잘 보여준 사건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커밍아웃은 ‘인정’받으려 하는게 아니라 그 자체로 너의 인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선언’이라는것을. 사람들도 다 압니다. 상대가 말을 할때의 태도에 비춰 자신이 이 대화에서 어떤 권한을 갖고 누가 주도권을 갖는지요.

그러고보니 저도 커밍아웃을 할때 이 규칙을 지켰던것 같습니다.

  1. 대단한 인정을 바라는게 아냐.
  2. 그냥 알고 있으라고.
  3. 네게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이 3종 세트면 상대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내가 너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너를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한다는게 다 잘 전달됐습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근데 나 니들 좋아한적은 없다. 혹시 오해마라는 말에 아니 어떻게 날 안 좋아할수가 있냐며 은근히 서운해 하던 경험도 하게 됐고요.

뭐가 됐든 커밍아웃의 여러 면모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도 감히 상대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지하는 사이가 주는 편안함이요. 그게 실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관계의 진정한 모습 아닐까요. 그러니 부디 동성애자라는 고백보다 채식주의자라는 고백이 더 충격적이고, 관계의 한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그날이 올때까지(동성애자에, 채식주의자인 분들을 저격하려던건 아닙니다만;;) 모두 조금은 시큰둥한 커밍아웃을 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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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좀 더 아무렇지 않게 럽스타그램 할 수 있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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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9 “뭐 좀 재미난거 없어? 있습니다!”

얼마전 트위터에 무려 김희애님이 퀴어영화에 출연한단 소식이 올라왔더군요. 기대에 차서 슬쩍 본 홍보용 사진엔 김희애님이 카메라를 들고 계셨고, 그걸 본 수많은 트위터인들은 카메라를 든걸 보니 퀴어 영화가 맞다며 화답했죠 ㅋ. 그만큼 도식화된 퀴어 이미지나 스토리, 캐릭터란게 있단 이야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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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라면 감성돋게 필름카메라 하나쯤은 들어줘야 하는걸까요

아니나 다를까 줄거리를 슬쩍보니 예전 첫사랑에게 편지를 받은 여주인공이 그 시절의 기억을 찾아 떠올린다는 내용이라는데.. 바로 이 영화가 내키지 않더군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영화에 대고 넘 뭐라하는것 같지만, 일단 현재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에 느꼈던 애틋했던 사랑을 놓친, 그래서 아쉬운, 그런 스토리가 맘에 안들거든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런 이야기, 이제 너무 지겹다고요. ㅠ-  헤테로들에게 공감받거나, 이해받기 위한듯한 슬픈 계몽용 스토리 말고 실제 동성애자들을 위한 신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왜 없는걸까요? 

그래서 오늘 이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무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이후 20년 후 설정으로 만들어진 <And A Wedding>이란 단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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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혼주가 되어 나타난 앤디 맥도웰과 휴그랜트

영국엔 ‘레드노즈데이’라고 전국민의 기부를 독려하는 날이 있고 이날 기부한 사람들은 코에 빨간코를 붙임으로써 기부사실을 알린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바로 그 의미있는 ‘레드노즈데이’를 맞아, 드라마 내내 기부 독려를 하는 메세지를 띄우며 무려 휴그랜트의 딸이 결혼한단 설정으로 만든 15분짜리 단편입니다. 그리고 그 딸은 여성 파트너와 결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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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레이더>에서 무려 안젤리나 졸리에 이어 라라 크로프트를 꿰찬 알리시아 비칸데르(왼쪽)과 <신데렐라>와 <맘마미아2>로 이름을 알린(그전엔 <다운튼 애비>)의 릴리 제임스 

내용은 단순합니다. 결혼식이 벌어지는 하루를 보여주는건데요. 특히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 로코물에 빠질수 없는 미스터 빈이 신부로 등장해서 하는 주례사가 아주 긴장감 넘칩니다. 

익숙하게 자기도 모르게 허즈번드 앤 와이프나, 맨 앤 우먼을 쓰다가 그 위기를 슬쩍슬쩍 넘어가는 능청스런 연기에 어느새 키득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축하연에서 노래하는 가수는 커밍아웃하고 시상식에서 자기 찬 남자에게 한방 먹인 샘 스미스라는..

그래서 이 단편을 어찌보라는거냐!라고 하신다면 아쉽게도 영국 BBC의 온라인 서비스인 iplayer는 영국에서만 접속이 됩니다. 전 그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풀버전을 보았으나 이미 삭제완료;; 하지만 그래도 꼭 봐야겠다면.. 어느 은혜로운 양인께서 이 드라마에 대한 리액션 비디오를 남겼다는 ㅋ 작은 화면이지만 볼만합니다. 딴말이지만 리액션하는 언니도 호감이신.. 쿨럭;;;

여하튼 이 작품에선 퀴어의 삶이나 스토리를, 실패하거나 지나간뒤 애환을 남긴 슬픈 스토리로 소비시키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기뻐하며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죠. 한국에선 대체 언제쯤 이런 스토리가 나오게 될까요? 다음 스텝 좀 밟읍시다. 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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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8>

제법 지대가 높은 산이라 한밤이 되니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술에 취해 기분이 업되었던 그녀는 다시 차분해져 있었다.

둘만 있는 게 두번째던가? 어색함 반 설렘반 나는 그녀에게 궁극적으로 하고싶은 건 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런 걸 물어보았다.

SNS를 통해서 보면 해외봉사도 가고, 국내 보육원 같은 데에도 가서 맛난 음식만드는 재능봉사도 하고, 그런 걸 봐온 터라 그녀가 추구하려는 계획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역시나 내가 보는 사람이 맞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두런두런 얘기를 하면서 신이 났는지, 다시금 기분 업된 듯한 그녀가 불현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이 쏟아질 것 같다고 했다. “봐, 너도 고갤 들어 하늘봐봐~”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톤- 에 이끌려 자동적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내눈에 보일리가.

“말했잖아요, 제 눈은 별을 못봐요. 하나도 안보여요.” …….”좋겠다, 분명 이런 데에선 엄청 많을텐데..”

내말에, 그녀는 잠시 멈칫 하는듯, 하다가

“아냐, 저기 옆에 건물 불빛땜에 그럴거야

더 깜깜한 곳으로가면 보여, 가자!”

하며 내손을 잡고 이끈다. 끌려가다시피하는데 앞이 안보이는 나는 어디 돌부렁에 걸려서 또 무릎 다리가 만신창이가 될까봐 나도모르게 몸을 내빼고 있었다. 그런 나를 느꼈는지, “걱졍마. 내 손 꼭잡아, 나믿고 따라와봐.”한다.

그래, 설마 나 넘어지게 냅두겠어, 싶어서

그녀가 잡은 손을 더 꼭 잡으니 인적없는 내리막길로 막 뛰기에 함께 뛰었다. 둘다 쓰레빠 끌고 나와서 참 잘도 뛴다.ㅋ 별안간 멈춰 선 곳은 숙소불빛이 희미해진 곳이었는데 가로등 불빛이 어스름하게 비치는 곳이었다.

나보다 한뼘쯤 더 큰그녀가 내뒤에 서서는 양손으로 내볼을 잡고 내 머리를 젖히더니 하늘향해 고정시켜놓았다. 그러고는 백허그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오른손으로 내 쇄골뼈아래 왼쪽 가슴을 두드리며 “봐봐 저기, 저기, 이제보이지??백개는 보이지?” 하는데, 사실 별따위는 한두개가 보일까말까, 별이 문제가 아니라, 내 엉덩이에 느껴지는 그녀의 아랫배감촉과 나를 안고 있는 그녀의 무장해제상황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같이 쿵쾅거렸다. 아, 이렇게 바짝붙어 있는데이 소리를 그녀가 알아차리기 전에 뭐든 해야한다!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니 백개는 아니구, 한 열개쯤은 보여요.

우와, 진짜, 아까보다 훨씬 더 잘보이네요.”

밤눈을 잃은 내가 애처로웠던지 어떻게든  별을 보게 해주려고 애쓰는 그녀가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하고, 해서 안보이는 별이 보인다고 했다.

“아, 저 가로등 때문인가보다. 더컴컴한 곳으로 가보자. 그럼 완전 더 잘보일거야~”

아으. 나는 그곳에 그렇게 좀더 있고 싶었지만

그녀는 다시 냅다 뛴다. 이번엔 위로 뛴다.

양말에 신은 삼디다스 쓰레빠가 계속 벗겨지려했지만 아까 우리가 앉았던 계곡옆자리 부근도 지나고 한 200미터쯤 더 위, 포장도로가 끝날것같은 끝길, 가로등도 없고 정말 컴컴한 거기까지 뛰어오르다 갑자기 멈춰선 것은 요상한 소리때문이었다. “크~ㅎ~ㅇ, 크~ㅎ~ㅇ”

뭔가, 짐승숨소리같기도 하고, 바위틈에 부딪히는 억센 계곡물소리 같기도 한, 그것이 뭔지 일단 위험성여부를 파악해야했으니까. 3분같은 10초가 지났다. 한 3번째쯤 소리를 들었던가? 그녀가 나지막히 말했다. “멧돼지다, 멧돼지, ” 그치? 짐승소리 맞지 저거?!”  소리가 나고부터 그녀가 멈췄으니 그녀가 나보다 더 뒤(아래)에 있고 내가 앞(위)에 있는 상황이다. 내손을 더 꽉잡는 그녀손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산을 타는 그녀다. 아마 나보다 더 잘알겠지 이런 산속은. 멧돼지를 만나봤을지도. 하고 생각하는데, 또 속삭이는 그녀. “쟤는 어미같애. 아마새끼들 먹이 찾으러 먼저 나왔을거야, 우리치고 쓰러뜨리면 돌아가서 동료들 데리고 좀이따올거야.”

응? 내머릿속에는 만화 아기돼지삼형제가 떠올랐다.

“뒤돌지말고 이대로 천천히 뒤로 걸어, 천천히 도망가야돼. 알았지?!”

그녀가 긴장하는 모습을 처음본다. 멧돼지라니! 뭔가 시트콤같은 이 상황이 장난같았지만 그녀가 하래니 시키는 대로 한다. 뒤로 한발짝한발짝, 한 열걸음은 그렇게 조심히 움직이고는 소리가 좀 멀어진듯한 시점에서 뒤돌아서 냅따 뛰어내려가는 그녀 손에 이끌려 또 뛰었다.

“하,후~~하,후~~, 무서웠지? 저거 진짜 멧돼지야. 우리 죽을뻔했어. 나 산에갔다가 멧돼지한테 다친사람도 봤었거든, 쟤네 진짜 무서워!”

하는데. 나는 그제서야 공포가 다가왔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렇게 둘만 공유하는 잊을수 없는 기억을 갖게 된 게 기분좋았다.

멧돼지보고 쫄은 모습 비밀로 해달라고 하구선,숙소로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멧돼지랑 마주쳤다고, 호들갑떨며 너스레떠는 모습을 보니 귀여웠다.

방에 들어와 좀전까지 일들을 떠올려보니 다시 심장이 과도하게 쿵쾅대는 것 같다.

참, 사진은 뭐 어떻게 찍었던 걸까, 꺼내보니 뒷가로등불빛에 실루엣만을 담아 셀카를 찍었는데 자세히 보니 내옆모습도 담았고, 응?! 오른손으론 작은하트표시를 하고 있잖아!!!!?! 응? 이건 무슨의미지??!!  쿵쾅쿵쾅쿵쾅~~ 심장이 10배는 더 뛰는 것 같다.  뭐지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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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7>

 

클락슨이 울린다. 그녀이리라. 그녀는 어딜가든

소란하다. 자기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고야마는 부류의 사람..  맞네, 저기 흰색벤츠가 보인다.

나는 베란다에서 그녀를 쫓고 있다. 한큐로 매끄럽게 주차를 하고는 짐을 한아름 꺼낸다. 여행용 뤼뷔똥가방에서 꺼내는 짐들은 무슨 야영하는 사람처럼 버너에 양념통에ㅋㅋㅋ

암튼!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녀가 뚝딱뚝딱 1시간여만에  감바스도 내어 오고 떡볶이도 내어오고 스파게티도 내어오고 닭도리탕도 내어왔다.

어쩜. 하나같이 이렇게 다 맛나니. 계량도 없이

대충대충 만드는 거 같아 맛 기대는 안했는데.

요리똥손인 내가 완전좋아하는, 요리잘하는 아니 요리즐기는여자다! 눈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오는 걸

내가 생각해도  그녀만 쳐다보고 있는 내가 티날 것 같아서ㅡ게다가 우리팀엔 눈치100단인 여우가 있다ㅡ 사람들에게 들킬 새라, 게임을  해서는 사람들을 어여 빨리 취하도록 만들었다. (지들이 먹고파였겠지만ㅋ)

나는 그제 꽐라된 전력때문에 몸과 마음이 허락치 않아서 참았다. 게다가 뭘 얼마나 마실건지 자기스타일 소주 제조를 위해 작은 막걸리주전자같은 걸 챙겨와서는 소주두병에 레몬5개를 짜넣고 시작하는 그녀를 보니(어메이징~!!)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했다.

어우.

차라리 취할 걸.

취한 자들이 취중진담인지 어쩐지 그녀에게 은근슬쩍 대시하는 게 보인다. 팀여우인 새침때기 여자도 회사멘토-멘티제도에서 자신의 멘토를 해달라고(멘토삼고 싶은 그녀라고 내가 소개해줬는데에에!) 조르고 있다. 더 짜증나는 건 그것들을 매우 즐기고 있는 그녀.

에잇, 속아픈 게 낫지. 이건 뭐,

잊고살았던 내질투심이 심장에서 분출 되는 게 느껴진다. 심장에 불이 붙는다. 내몸에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는다. 내앞에 앉아 있는 그녀가 술마시다 말고 동그레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상상은 하지말고ㅡ 그녀를 챙기자!

싶었지만, 사실 나도 그럴 기분은 아니다. 화나고 서운하고 밉고, 괴롭다아 ㅠ  ㅠ

베란다로 빠져나와 바람을 쐰다.

아, 이 상태가 이렇게 노골적이게 드러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너 왜이러니.. 맘을 잘 다스리자, 응응?! 그러고 있는데

“너 왜 여기 혼자 이러고 있니?” 한다. 내가 좋아하는 톤의 그녀목소리.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린다(아 제발 안빨개져야할텐데ㅠ )

“그냥요. 좀..”

“아직도 속이 안좋아?”

“그건 아닌데, 왠지 오늘까지 마시면 안될것 같아서..”

“… 밖에 나갈래? 저 계곡 물흐르는 소리, 가까이서 들으면 훨씬 좋은데. 공기도 그렇고. 나가자! 너 얼른 따라와!~~”

“네?! 아니 밖에는 지금 엄청 추울텐…데…….”

점점 기어들어가는 내말은, 벌써 나가서는 현관문까지 열어제친 그녀의 꽁무니 50미터도  못따라가고, 닫히는 문앞에서 흩어져버렸다.

오라면 가야지, 아 이렇게 둘이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하지않을까? 가야하나, 가도될까, 아아, 어쩌지.  옷은 주섬주섬 챙겨입으면서도 오만가지 생각. 그치만 제일은 그녀가 기다린다! 걍 나가버린 그녀가 추울테다!

그녀의 패딩을 찾아서 가지고  밖을 나왔다.

“어서와~ 빨리와~” 하는 그녀목소리를 좇아서

계곡 흐르는 물소리따라서, 조금 내려가니

가로등불빛이 미치지않아 어둑어둑한 계곡.

반반한 바위위에 자리잡고 있는 그녀. 맥주 2캔을 안고서.  “나 안추워 너입어 너 바닥에 깔어”하고 건넨 자기패딩을 다시 내게 주는데 큰일이다 싶었다. 취해서 이 추위가 안느껴지구나 이사람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억지로 입히고 옆에 앉아 캔을 딴다.

“바보들, 여기가 진짜 좋은데. 나오지도 않고”

“카메라줘봐, 너는 폰챙겨왔지?  이거 남겨야지”

“아니 캄캄해서 안나올텐데 뭘 남기려구요…”

내말은 듣지도 않는다. 내게 받은 핸드폰으로

저 좀 떨어진 가로등불빛이랑 각을 맞추느라 열심이다.

밤이되면 계곡근처에 먹이구하러 멧돼지가 내려울수 있댔는데.. 나는 좀전에 마주친, 순찰돌던 관리직원 아저씨 말을 곱씹고 있었다. 멧돼지가 설마 올까?…있을까?…..

“이거봐봐, 어떠니.”

용케 실루엣 보이게 찍었구나.

“이쁘네요. 나름 빛 각도 맞춰서 잘찍으셨네요~”

“그치”

내 핸드폰을 다시 건네주며 다가와 귓속말로

“잘 간직해,” ㅡ한다.

…응?  이따보내줘, 가 아니라, 잘..간…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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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종족’s 직장선배짝사랑기6>

해장하라고 그녀가 끓여준 누룽지탕은 국물만 떠먹어 보아도 맛났다. 엄마한테 미안한 말이지만, 진심- 한요리하시는 울엄마표 누룽지탕보다도 훠얼씬더, 맛났다. 근데 밥알은 더는 먹을 수가 없었다. 두숟갈 뜨고 바로 또 화장실로 직행…ㅠ 그냥 다시 눕고픈 마음 굴뚝이었지만, 토하더라도 먹고 토하라고, 엄마처럼 말하는 그녀 말을 무시할 간뎅이 소유자는 아니라서. 게다가 자신도 지끈한 머리 참아가며 애써 끓여준 그 정성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국물만이라도  홀짝홀짝 다 마시고 그녀가 뿌듯해하는 얼굴을 확인한다. 이 무슨 호사인가,,,  므흣해하는 찰나, 또 신호가 온다ㅠ

아으, 그나저나 모레있을 워크숍은 어쩌지.

난 빠지겠다고 말할까?

원래는 1박일정의 그때, 마음놓고 마시려했는데..

이게뭐니. 이렇게 속다버리고, 뭣보다 이렇게 쪽팔리게 ㅠ ㅠ 못볼꼴 보이고 내가 진짜 술을 또 마시면 사람이 아니다 진~짜!

다시 누우면서 시계를 보니 출근시각 30전이다.

으악!  어쩌지어쩌지… 다행히 바쁜건 없는날이라,

그나마 귀책사유 연대책임? 있으신 팀장님께

덜 무거운마음으로, 죄송하지만 오후에 나가겠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이 낭패는 어쩔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잠이들었다가, 또 이 낭패고민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가,를

반복해대다가 오후 느즈막한 시간이 돼서야 겨우 정신차리고.

 

두둥~  다음날이 어찌지 나갔는지.

그녀팀과 우리팀이 조인해서 떠나는 워크숍날이 되었다. 금요일 오전업무를 끝내고 예약해둔 휴양림을 향해서 떠나는 하늘은 어찌나 푸르던지!  일정 다시 확인하려 묻는 그녀눈을 보는 순간 안간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떠나긴 했는데 잘했다 싶은 기분이다. 그녀는 다른곳에서 오전 일정을 끝내고 후발대로 합류한댔다.

음식도 자기가 다해주겠다고, 주문만하라고, 아주 의욕적으로 말해서

나는 요즘 빠져있는 감바스알아히요와 떡볶이를 주문했는데 맛있으려나ㅎ

선발대인 우리팀이 장을 보고 회 주문한 것도 찾고 해서 먼저 도착했다. 단풍이 절정이네~

올해 단풍놀이 못갔는데 여기서 한을 푸네 어쩌네 사람들이 감탄하는 와중에도 나는 온통 그녀생각뿐.

아 근데 왜이렇게 안오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