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엔터 성평등

ProP.10 “이집 드라마 잘하네, 검블유 하세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5회까지 보고 쓴 리뷰입니다)

그러니깐.. 아직도 6인용 식탁에 둘러앉아, 제일 상석에 시아버지가 앉아 있는 연출을 하며, 구박받는 며느리가 영원히 고통받는 한국 드라마계에 도착한 신선한 미래랄까요. 단언컨데 이정도로,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이 느끼는 시대정서와 캐릭터, 역할, 태도를 보여준 한국 드라마는 없었던듯 합니다. 왜 대체 트위터 레즈들은 물론 헤녀들마저도 이 드라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20190620125155

일단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즉, 서사와 경쟁, 분노와 파트너쉽이 모두 여성 vs 여성으로 이루어집니다. 모든 서사가 여성을 중심으로, 여성의 관계성 안에서 전개된다는게 이렇게 큰 쾌감을 주는지 저도 보기전엔 몰랐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알탕 영화를 보던 남자들은 이렇게 좋은걸 지들끼리 해쳐먹고 있었다니.. 특히 어제 5화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어제의 베스트는 제니가 조작된 실검 어뷰징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타미를 위해 범인의 신상정보를 넘기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다지 살가운 기억이 없는 관계라 ‘우리’라는 말을 쓰는 제니에게 타미가 왜 도와주냐는듯 우리가 우리로 묶이냐고 묻죠. 그러자 제니가 대답합니다. “함께 쓰는 공간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이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은 여자화장실입니다.

201906201321262019062013214920190620132110

보통 여자화장실하면 떠오르는 시퀀스가 있죠. 여자가 여자를 상대로 험담을 하거나, 때리거나, 화장실칸에 있는 상사에게 물을 붓거나 등등 모두 여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동일성을 부정적인 감정이나 관계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바로 그런 공간에서! 온전히 여성이라는 지점에 공유하는 공간에서 협업과 연대의 뜻을 표하는 제니를 본거죠. ㅠ-

그리고 이 연대는 곧바로 차현과 타미로 이어집니다. 차현은 타미와 내내 각을 세우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차현은 타미의 신상이 성적 루머의 대상이 되자 타미를 걱정합니다. 그리곤 앉아서 걱정만 하는게 아니라 타미의 저질 체력을 대신해 달려주고, 뚝배기를 날려 범인을 잡고,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비를 맞는 타미에게 우산을 씌워줍니다. 

2019062012465820190620124642

그리곤 타미가 차현에게 전화해 “네가 필요해” 라고 말하자 득달같이 달려와 타미를 엿먹인 남자의 차를 같이 부셔버립니다. 특히 차현은 성범죄자를 죽도록 패서 폭력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지금도 지나치게 순응적인 삶을 요구받는 한국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더 강한 도덕성을 요구받는게 당연시되곤 하는데 당당하게 폭력전과를 달아서라도 자신을 성추행하는 남자를 패주고, 그 전과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차현이라니요.

2019062013230120190620132245

물론 주인공 타미도 빠지지 않습니다. 극중 헛된 루머로 실검 1위에 오른 타미에게 어디로든 데려가겠다며 도망칠까요? 류의 대사를 던지자 타미는 회사에 가겠다고 하죠. 또 어디 바다쯤 가서 기지개좀 피고 좀 졸다 오는 전개를 예상했던 저는 당황스럽더군요. 사실 저런 상황이라면 나라도 당연하게 회사에 갈텐데 왜 드라마는 다르다고 생각했을까. 결코 자신의 역할과 상황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여캐를 드라마에선 왜 이리 오랫만에 보는것 같을까요?

20190620134544

이외에도 굵직한 악역들도 여성으로 설정된 이 드라마는 모든 장면들에 여자들을 꽂아넣습니다. 이 세상의 반인 여자들이 당연하게, 다양한 모습으로 그들의 욕망과 원칙에 맞춰 치열하게 살아가는데요. 물론 종종 과잉된 연출이나 캐릭터가(예를 들어 유니콘 대표님 같은;; 대체 왜 올백 머리에 넥타이 정장을 입고 나오시는건지) 등장해 낯설어지기도 하지만 글로벌 회사의 대표에 흑인여성을 앉혀놓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그저 수긍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20190620134613

물론, 검블유를 여자들의 판타지라고 쉽게 말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판타지의 방향이 어딜 가르키느냐 아닐까요. 혀 짧은 소리를 하며 재벌남과 연애를 하는 서민여자 캐릭터란 욕망은 이제 흘러흘러 내 능력으로 먹고살며, 백수됨을 가장 뼈저리게 부끄러워하는 커리어우먼으로 향했단거니까요. 일단은 그 욕망이면 충분합니다. 그 욕망이 때론 등도 밀어주고, 조금은 과하게 밀어서 넘어지는 순간이 오더래도 그 욕망의 방향은 결국 우리를 홀로 서게 하고 성장시킬테니까요.

그러니 모두 검블유 하세요!!

20190620132937

역시 드라마는 영상으로 봐야 제맛! [5화엔딩] 우린 임수정X이다희고 지금 저 차를 박살내서 복수할거야 #언니들이간다

http://naver.me/5svgQWq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