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트위터에 무려 김희애님이 퀴어영화에 출연한단 소식이 올라왔더군요. 기대에 차서 슬쩍 본 홍보용 사진엔 김희애님이 카메라를 들고 계셨고, 그걸 본 수많은 트위터인들은 카메라를 든걸 보니 퀴어 영화가 맞다며 화답했죠 ㅋ. 그만큼 도식화된 퀴어 이미지나 스토리, 캐릭터란게 있단 이야기인데요.

아니나 다를까 줄거리를 슬쩍보니 예전 첫사랑에게 편지를 받은 여주인공이 그 시절의 기억을 찾아 떠올린다는 내용이라는데.. 바로 이 영화가 내키지 않더군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영화에 대고 넘 뭐라하는것 같지만, 일단 현재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에 느꼈던 애틋했던 사랑을 놓친, 그래서 아쉬운, 그런 스토리가 맘에 안들거든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런 이야기, 이제 너무 지겹다고요. ㅠ- 헤테로들에게 공감받거나, 이해받기 위한듯한 슬픈 계몽용 스토리 말고 실제 동성애자들을 위한 신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왜 없는걸까요?
그래서 오늘 이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무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이후 20년 후 설정으로 만들어진 <And A Wedding>이란 단편인데요.

영국엔 ‘레드노즈데이’라고 전국민의 기부를 독려하는 날이 있고 이날 기부한 사람들은 코에 빨간코를 붙임으로써 기부사실을 알린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바로 그 의미있는 ‘레드노즈데이’를 맞아, 드라마 내내 기부 독려를 하는 메세지를 띄우며 무려 휴그랜트의 딸이 결혼한단 설정으로 만든 15분짜리 단편입니다. 그리고 그 딸은 여성 파트너와 결혼합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결혼식이 벌어지는 하루를 보여주는건데요. 특히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 로코물에 빠질수 없는 미스터 빈이 신부로 등장해서 하는 주례사가 아주 긴장감 넘칩니다.
익숙하게 자기도 모르게 허즈번드 앤 와이프나, 맨 앤 우먼을 쓰다가 그 위기를 슬쩍슬쩍 넘어가는 능청스런 연기에 어느새 키득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축하연에서 노래하는 가수는 커밍아웃하고 시상식에서 자기 찬 남자에게 한방 먹인 샘 스미스라는..
그래서 이 단편을 어찌보라는거냐!라고 하신다면 아쉽게도 영국 BBC의 온라인 서비스인 iplayer는 영국에서만 접속이 됩니다. 전 그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풀버전을 보았으나 이미 삭제완료;; 하지만 그래도 꼭 봐야겠다면.. 어느 은혜로운 양인께서 이 드라마에 대한 리액션 비디오를 남겼다는 ㅋ 작은 화면이지만 볼만합니다. 딴말이지만 리액션하는 언니도 호감이신.. 쿨럭;;;
여하튼 이 작품에선 퀴어의 삶이나 스토리를, 실패하거나 지나간뒤 애환을 남긴 슬픈 스토리로 소비시키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기뻐하며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죠. 한국에선 대체 언제쯤 이런 스토리가 나오게 될까요? 다음 스텝 좀 밟읍시다. 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