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이유가 연기를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연기를 잘하냐 못하냐보단 아이유의 연기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시선이 껄끄러운 지점이 있어서인데요.
이미 보신분들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번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아이유의 옴니버스 단편영화 <페르소나> 예고편인데요. 아이유의 연기가 보기 부담스러운 바로 그 지점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영상이더군요.
<페르소나>는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고, 그중 2개는 여성감독이, 2개는 남성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이경미(미스홍당무), 임필성(마담뺑덕), 전고운(소공녀), 김종관(촤악의 여자, 더 테이블) 감독으로 나름 인지도도 있으면서 특징있는 저예산영화를 연출해본 경험이 있는 감독들입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예고편만 봐도 어느 에피소드가 남성감독이 연출한건지 알 수 있더군요. 아이유를 바라보고 다루는 방식이 성별로 인해 이렇게 확연히 드러난다는게 제가 바로 아이유의 연기를, 특히 남성 감독이나 작가가 쓴 극에서의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이유를 한껏 특별하고, 알 수 없고, 비밀에 쌓인, 그럼에도 성적긴장감을 풍기며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부유하는 모습으로 그린 것들이 남성감독들의 연출작이고 저는 그런 시선들이 불쾌하고 불편합니다.
유사한 불쾌감을 느꼈던 영화는 <버닝>이었는데요.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20대 여성인 전종서가 현실적인 욕망이나 정체성 없이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약에 취해 느닷없이 두 남자 앞에서 “없었던것처럼 사라졌으면 좋겠어.” 라며 벌거벗고 춤을 추죠. 대체 왜 옷을 벗는걸까요?

이런 예들에 반해 <소공녀>를 연출한 여성감독 전고운님은 인터뷰에서 담배를 피는 여자를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로 인식하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 이솜에게서 최대한 성적인 이미지를 빼기 위해 애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공녀>에서 주인공인 이솜은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를 피지만 종종 한약을 챙겨먹고, 성실하게 청소 일하며 일상에 발붙인 현실인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이렇듯 여성캐릭터를 그리면서 현실적인 정체성과 존재감, 욕망을 싹 걷어낸채 ‘해석이 안되는 존재’ 정도에 천착하는 모습은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성 감독들은 종종 정말 어렵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죠. “여성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느 여성 감독도 남성을 이해하고, 창작물에서 소화하는게 어렵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이런 온갖 왈가왈부하는 이야기들이나, 자신을 정의하려는 과한 남성적 시선 혹은 그 반대의 시도들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가는 아이유의 의지는 높이 사주고 싶다고요. 하지만 그 뚝심이 잘못 발휘되면 <자전차왕 엄복동>처럼 될 수 있기에,(흠흠;;) 지금의 아이유가 벌이는 다양한 활동들이 좀 더 본인이 이룬 성취와 그로인한 상징성을 좀 더 굽어 살펴주길 바랍니다.
이제 겨우 스물다섯 이제 여섯인가요? 왜 유독 여성만 특정화해 상징이 되야 하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앞서가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져야할 ‘왕관’의 무게인거겠죠. 그딴 왕관 따위 쓰고싶지 않다고 해도 이미 대중들의 눈에는 왕관을 쓴 아이유가 보이고, 왕관을 쓴채 좀 더 근사하게 움직여주길 기대할뿐입니다.
끝.